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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힘들고 아파도, 고영표가 결국 '야구 선수'인 이유

기사입력 2018.12.10 13:00 / 기사수정 2018.12.10 11:56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운동을 하다가 안 하니 오히려 몸이 아픈 것 같아요."

고영표는 올 시즌을 25경기 6승 9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마쳤다. 내년부터 2년간 쉼표를 찍는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쉼 없이 야구를 해온 그가 잠시 야구공을 놓게 됐다.

때문에 그는 시즌 후 모처럼의 휴식기간을 보냈다. 그런데 휴식이 마냥 편하지는 않은 눈치다. "다시 운동을 좀 하려고 한다"는 말에 놀라 이유를 묻자 "운동을 안 해서 그런지, 설거지를 하는데 손이 붓더라"며 웃었다. '천상 운동선수'다운 말이었다.

◆2018년은 고영표에게 '성장의 시간'이었다

KT에서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 온 그도 자존감이 낮아졌던 시기가 있었다. 2014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고, 2015시즌 중간 계투 보직을 소화했다. 데뷔 첫 해 1군 성적은 46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5.68. 동국대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에게 만족스러울리 없는 성적이었다.

"자존감이 떨어졌었다. 프로에 와서 던지는데 머리에 과부하가 오더라. 야구는 안되고, 생각한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게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생각이 많아졌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때부터 고영표는 주변인들에게 속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속에 쌓이는 것들을 주변인들에게 질문하며 던져냈다.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어둠이 걷혔다"고 말했다. 한 단계의 성장이었다.

2018년은 고영표에게 또 다른 성장의 해였다. 긴 시간 목표였던 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탁이 불발됐다. 다소 허무하게 사라진 목표에 마음을 잡기 어려웠다. 고영표는 "멘탈 관리가 쉽지 않았다. 무언가 신경이 쓰이면 자꾸 그 점을 짚으려고 하는 성격이다"라며 "주변의 격려도 무겁게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아쉬움에 매몰되어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보내야 할 2년의 기간은 결국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이다. 고영표는 "2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후의 평가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낼 2년, 야구 생각으로 보낼 2년

다수의 야구 선수들은 상무 야구단을 통해 군 문제를 해결한다. 2년의 기간 동안 야구를 놓지 않을 수 있고, 치열한 1군 무대에서 해보지 못했던 야구적인 시도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1군 무대에서 기량을 펼쳐 온 고영표에게 상무의 길은 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을 보내게 됐다.

"신체검사를 했는데 4급이 나왔다. 최근 4~5년간 꾸준히 던지며 어깨와 팔꿈치에 염증이 생겼고, 허리 상태도 좋지 않았다. 주변의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사회복무요원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데 운동을 쉬며 몸도 회복하고, 부족한 유연성도 키우고 싶다."

투구 대신 '근무'를 앞둔 마음은 이상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고교 1학년 시절 잠시 야구를 놓을 생각을 했었다는 고영표는, 당시 다시 마음을 잡고 야구로 돌아오게 된 일화를 전했다.

"키도 자라지 않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야구를 그만하려고 했을 때가 있었다. 고교 때는 수업을 아예 들어가지 않고 바로 운동을 하곤 했는데, 야구를 그만두면 공부를 해야하지 않나. 오전 8시부터 저녁 먹기 전까지 공부를 하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는데 정말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친구들이 책상 앞에서 코피 흘려가며 정말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적성'이라는 게 있는데 공부는 내게 맞지 않았다."

고영표는 야구라는 적성을 찾은 것이 자신의 운이고 또 복이라고 했다. 야구를 알기 전 꿈이 없었다고 말한 그는 야구선수로 가지게 된 꿈의 소중함을 말했다. "그 '꿈'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야구가 힘들어서 포기할까, 그만둘까 생각이 들어도 막상 그만두려 하면 눈물이 난다. 그렇게 야구를 해 온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을 것이다."

◆KT의 토종 에이스, 계속 듣고 싶은 말

KT는 올 시즌 3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 9위를 기록했다. 선수 개인이 뛰어나더라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 빛이 바래지는 경우가 있다. 고영표는 지난 2년간 25경기씩 소화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KT 토종 선발 중에서는 단연 첫 번째로 꼽히는 이름이기도 했다.

고영표에게 'KT의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부담스럽지 않다. 계속 듣고 싶은 말이다"라며 "그 말을 들으면 더 책임감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다. 그래서 더욱 2년의 공백이 없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다른 팀에 가면 선발진에 들지 못할 자원'이라고 깎아내리는 말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고영표에게 'KT의 토종 에이스'는 자랑스러운 말이다.

2년의 시간 동안 잠시 야구를 놓게 됐다. 하지만 결국 앞으로의 2년은 그 이후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고영표는 "투수로서 기본기를 더 단단히 갖추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내 스스로도 돌아보고, 이후의 계획도 세우려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KT로 돌아와서는 다시 선발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경쟁할 예정이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기대한 고영표는 "내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녀와서도 무조건 선발진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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