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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다가 아니더라" LG 이형종이 얻은 '진짜 수확'

기사입력 2019.01.16 16:15 / 기사수정 2019.01.16 18:41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최근 LG 트윈스 이형종은 '안경 대열'에 합류했다. 

양쪽 눈 모두 1.5의 시력을 가진 그가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형종은 "시력은 좋은데, 시즌 막판 공이 3개로 보였다. 검사를 해봤는데 난시가 있었다. 교정하기 위해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용하지만 차근히 2019년을 준비하고 있는 이형종의 눈빛은 또렷했다.

◆전화위복이 된 부상, 그리고 2018년의 깨달음

이형종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입었다. 4월 중순 넘어 팀에 합류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생긴 재활기간을 그는 '전화위복'이라고 칭했다. 이형종은 "겨울 동안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었는데 재활 기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마음의 준비를 더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시즌을 더 길게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2017 시즌은 이형종에게 고민투성이로 남은 시즌이었다. 4월 한 달간 3할6리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5월부터 1할대로 곤두박질쳤다. 6월 잠시 반등의 기미를 보였지만 결국 시즌 마칠 때까지 시즌 초의 모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형종은 "반등 지점을 끝까지 찾지 못했다. 선수들이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도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반등 없던 추락 후, 겨울은 이형종에게 고뇌의 시간이었다. 오랜 생각 끝에 찾은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다. 그는 "2018년 1월이 되어서야 스스로 답을 냈다. 내가 눈치를 많이 보고 위축도 많이 되어있구나, 내가 나를 너무 저평가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눈치 탈출' 작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형종이 선택한 방법은 '머리 기르기'였다. 단정한 차림이 요구되는 곳에서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이겨내기로 했다. 이형종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내가 하면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도 이겨내지 못하면 야구도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주변으로부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이었던 셈이다.

'장발' 이형종은 2018 시즌 초 승승장구했다. 4월부터 6월까지 꾸준히 고타율을 올리며 이전 시즌보다 길게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이 되자 위기가 찾아왔다. 단정히 자른 머리 탓만은 아니었다. 버티기 힘든 더위 속에서 몸이 지쳐갔고, 멘탈도 함께 흔들렸다. 이형종에게 다시 '두려움'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2017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지쳤구나, 싶으니 불안했다. 성적이 떨어졌던 경험만 있으니 '난 못 올라간다'는 생각만 있었다."

힘겨웠던 7,8월 끝에 반등의 기회가 왔다. 2주 간의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자신을 추슬렀고, 9월에 다시 타격을 끌어올렸다. 이형종은 "떨어져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경험이라는 것이 이런데서 나오는구나 싶었고, 큰 재산이자 수확이 됐다"고 돌아봤다.

◆간절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형종을 지켜본 이들은 그가 엄청난 노력파라는 사실을 안다. 이형종은 "잃을 게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돌아보니 나는 잃을 게 많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2008년 투수로 LG에 입단했지만 2010년 팀을 떠났고, 다시 타자로 돌아오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다.

"나는 야구를 하지 않았던 기간도 있었고, 야구를 하지 않을 때의 생활이 힘들다는 것도 안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싶었다. 야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겪어봤고 고충을 이해하기 때문에 내게는 더 깊게 다가왔다."

그런 이유로 더 간절했고, 악착같이 야구에 매달렸다. 야구에 몰두한 시간과 노력 덕분에 타자 전향 후 실력 상승이 빨랐고, 1군에도 진입했다. 하지만 '간절함'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간절하면 몸으로 그 마음이 표출된다. 그래서 죽어라 연습을 했다. 전체를 100으로 놓고 보자면 간절함으로 100을 채웠었다. 야구를 20시간도 할 수 있다고, 남들 쉴 때 나는 연습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적절히 몸과 머리를 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2군가 1군은 전혀 다른 곳인데 나는 여전히 몸으로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야구에 매몰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휴식에 힘쓰기 시작했다. 이형종은 2018년 목표로 원정 경기를 갈 때 호텔방에 방망이를 가져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눈에 방망이가 보이면 휴식 대신 연습을 할 자신을 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방망이를 두고 가는 게 힘들었다"는 그는 "버스에서 내리며 가방을 꺼내고 방망이를 챙기는 게 루틴과도 같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익숙치 않았다. 그때마다 참자, 쉬자고 생각했다"며 "이런 점도 작년에 성적이 상승한 이유이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피나는 노력에도 이형종의 이름 앞에는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서운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마냥 좋지는 않지만 싫지도 않다.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아주시는 분들도 많다. 어차피 누가 알아주는 것을 바라고 야구를 하는 건 아니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계속되는 성장, 이형종이 바라는 2019년

이형종은 멘탈의 성장을 큰 수확으로 여겼지만, 성적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8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6리 13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두자릿수 홈런과 함께 장타율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17년 83kg 정도였던 몸무게를 2018년 1월 90kg까지 늘렸다. 파워와 함께 체력도 고려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리드오프로서 부담도 적지 않지만 욕심도 크다. 그는 "지난해 타석 수가 생각보다 적었다. 100타석 이상 더 소화해야 한다. 끝까지 페이스를 이어가며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말과 함께 끝나지 않은 '멘탈 훈련'도 강조했다. 중견수로서 좌익수 김현수, 우익수 채은성과 나란히 리그 최고의 외야진을 구성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형종은 "올해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해서 팀이 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LG 트윈스,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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