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 "'사바하', 정보는 두 번·감정은 한 번…균형 위해 노력"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3.12 오후 03:0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장재현 감독의 또 다른 도전이 영화 '사바하'라는 결과물로 열매를 맺었다. 2월 20일 개봉한 '사바하'는 11일까지 235만 명을 모으며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꾸준한 관심 속에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2015년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던 '검은 사제들'로 5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의 장르 폭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탰다는 평을 얻었다.

차기작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장재현 감독은 불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흥 종교 집단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사바하'로 관객과 소통에 나섰다.

'사바하'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의 음사로, 주문의 끝에 붙여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소서'라는 성취, 길사의 뜻을 나타낸다.

제목부터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사바하'를 두고 장재현 감독은 "트리트먼트를 쓸 때 사무실을 같이 쓰던 친구가, 제목이 너무 안 지어진다고 하니까 추천해 준 말이었어요"라고 웃으며 "그 친구의 종교가 불교였거든요. '사바하'라는 말을 추천해줬는데, 어감도 좋고 영화의 색깔이나 주제와도 잘 맞아서 괜찮다고 생각했죠.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라고 얘기했다.

2017년 11월 19일 촬영을 시작해 지난 해 4월 9일까지,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도 '사바하'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 자리하고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고생했는데, 정신적으로는 즐거운 작업이었다"라고 다시 미소를 보인 장재현 감독은 "설명은 잘생긴 목사님께서 두 번씩 다 말해줘요. 이 영화를 하면서 생각했던 목표가, '정보는 짧게 두 번 감정은 길게 한 번'이라는 것이었죠"라며 속도감 조절을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 법칙에 맞추려고 했어요. 진짜 중요한 정보들은 화면이라든지 대사로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두 번씩 주거든요. 최대한 친절하게 주고 싶었어요. 다만 후반부에는 감정적으로 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 쪽에서 결이 좀 바뀌긴 하죠.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썼고요."

영화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를 위해 장재현 감독의 섬세한 취재도 이어졌다. 여기에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현실감을 높이는 데도 애썼다. '모든 영화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겠냐'는 말과 함께, 박정민이 연기한 정나한 캐릭터를 예로 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는데, 한옥 마루에 누워있다 보면 천장이 있잖아요. 자세히 보면, 천장 뒤는 항상 시커멓거든요.(웃음) 그래서 예전부터 착한 사람이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나쁜 사람이 보면 사람 눈이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 그 때부터는 무서워서 천장을 보지 못하겠는 것이에요. 나한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눈이 보이는 것이죠. 그리고 그 장면이 고통스러워 보여야, 나한이 나중에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는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여러 가지가 합쳐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정나한 캐릭터를 예로 든 장재현 감독은 "나한이 시네마틱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라며 "어떻게 보면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와 서사가 비슷해요. 겉모습은 처음엔 멀쩡하게 등장하지만 속에는 어떠한 트라우마가 있고, 아킬레스건과 결핍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건드려주는 누군가를 통해 변화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영웅 서사인데, 그 바탕이 캐릭터 설정에 깔려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포교원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 장재현 감독이 직접 봤던 모습이 녹아난 부분이다.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사천왕이라는 이 사람들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법당에서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몇 십 명이 있는, 일종의 숭배 받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일을 할 때 어떤 사람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받을까 생각해 봤을 때, 법당에 공무원이나 교사, 간호사 같은 사람들이 많다면 정보를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죠. 제가 예전에 경기도 포천에 있는 어떤 법당을 갔었어요. 사람들이 어떤 분의 흑백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기도를 하는데, 그 벽면에 문이 하나 있는 것이죠. 제가 그것을 열어보진 못했지만, 뭔가 그 사람이 그 문 뒤에 누워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한의 방도 그렇게 구성했었고요."



장재현 감독은 "이 영화는 오컬트 양념이 살짝 돼있는, 정통 스릴러적인 미스테리 영화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어렵게 만들지 않았거든요. 의외로 쉽습니다"라며 웃었다.

"소재가 약간 낯설어서 그렇지, 장르적으로 접근하면 모두 정공법이고 쉽거든요. 일반적인 미스테리 영화처럼 보면 더 편하게 볼 수 있고요. '어느 정도까지 친절해야 할까'에 많은 고민을 했죠. 제가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다 맞추고 다 지루한 영화를 만들지 아니면 개연성이 조금 부족해도 속도감을 붙이는 것이 나을지 그 중간을 찾는 것이 힘들었어요.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시작됐던 고민인데, 시나리오는 텍스트로 돼있으니 다시 앞부분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실제 촬영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니까요."

영화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지양한다고 전한 장재현 감독은 "보는 분들이 있는 그대로 작품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슬프다', 혹은 '스릴있다' 그것이 목적이지 나머지 결들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죠. 그것이 가장 영화적인 것이고, 사람들에게 다른 세계를 구경하게 하는 재밌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첫 작품이었던 '검은 사제들'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었다"고 떠올린 장재현 감독은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을 하면서는 물론이고 배우들, 스태프들, 관객들에게도 배운 점들이 있죠. 그렇게 배워서 두 번째 작품에서는 더 나아져야 하는 것이고요. 관객들이 정말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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