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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힌 박미희 감독 "현장 떠날 생각도…책임감 컸다"(일문일답)

기사입력 2019.03.27 22:04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천, 채정연 기자] "안 울려고 했는데…."

흥국생명은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18-2019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15-25, 25-23, 31-29, 25-22)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승리하며 12년 만의 통합우승을 일궜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선 흥국생명은 통합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초반 이재영이 주춤하며 상대에게 1세트를 내줬지만, 각성한 톰시아와 살아난 이재영이 도합 59득점을 올리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긴 랠리에도 수비 집중력이 빛났고,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드라마틱한 전개였다.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미끄러졌던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꼴찌로 추락했다. 그리고 올 시즌 리그의 에이스로 거듭난 이재영을 앞세워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의 아픔은 두 번은 없었다. 체력적 열세인 도로공사를 상대로 3승을 먼저 따내며 꿈에 그리던 통합우승을 일궜다.

다음은 박미희 감독과의 일문일답.

-눈물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힘든 부분이 많이 생각났다. 올해 선수들이 연패 없이 할 수 있던 점. 중요한 경기마다 이렇게 집중력을 보여주고 좋은 경기 해줬던 모습은 선수들을 많이 칭찬해주려 한다.

-여성 감독으로 많은 기록을 남겼는데.
▲2년전 정규리그 우승 때 한 매체가 기사 제목에 '그녀가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라고 적어주셨다. 현장에 계속 있어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만약 내가 떠나게 된다면, 내가 큰 사람은 아니지만 여성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이 컸던 것 같다. 다시 해야되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됐다. 

-이재영이 꾸준한 활약을 해줬다.
▲내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왜냐하면 다른 분들이 이재영 칭찬을 많이 하시기 때문이다. 보완점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도 있다. 마음 속으로는 많이 칭찬하고 싶지만 나름대로는 절제하는 편이다. 아직 어린 선수이고, 올해 너무 잘했지만 본인 나름대로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겨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벗어나면 이야기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칭찬해주려고 한다.

-선수 시절 우승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
▲비교가 안된다(웃음).

-2차전 후 분위기가 넘어간다는 말도 많았는데.
▲경기 끝나고 도로공사 선수들하고도 고생했다 포옹하고 그랬다. 아시다시피 그녀들은 세다(웃음). 쉽지 않았는데,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빼고 온 게 우리 입장에서는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이유이지 않았나. 그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쉽게 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했다. 분위기만 조금 더 이어갈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김천 내려올 때도 인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여기서도 1-1 정도 하면 다시 가서 해보자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오늘은 이재영 아닌 다른 선수들도 많이 분배가 됐다.
▲이재영이 3차전에 많은 체력을 써서 그때처럼은 할 수 없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 잘 해줬다. 톰시아는 95%는 잘 하리라 생각했다. 대화를 나누어보고 본인이 어떤 의지를 가졌는지 알고 '오늘은 좀 치겠구나' 생각했다.

-3,4세트가 모두 접전이었는데 우승 예감을 한 시점은 언제인가.
▲3세트 막판을 이기고 '승산이 있겠구나' 싶었다. 배구는 흐름이 민감하지 않나. 치고받고 하다보면 저쪽도 범실이 나오겠지 싶었다.

-2년 전에 정규리그 우승한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미끄러졌다. 압박감이 있었나.
▲다음에 또 그 상황이 되어도 압박감은 똑같을 것 같다. 

-'여성' 감독 아닌 감독으로 봐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책임감이 사실 컸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는 하게 되어있는데, 누군가 할 것이면 내가 하고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최소한 내가 길을 막지는 않아야 한다. 어쨌든 내게 기회가 주어졌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긴 시즌이 끝났는데 어떻게 휴식할 생각인가.
▲경기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다. 내일은 안 해도 되지 않나. 집에 거의 못 갔는데 이틀만 그냥 있고 싶다. 이후 태국을 가야해서 준비를 할 생각이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배구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가.
▲우승했으니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만둘 때까지는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길 것 같다. 선수 때는 몰랐는데 지도자가 더 힘든 것 같다. 선수도 나도 현장을 떠날 때까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집과 용인이 거리가 있다. 초반에는 출퇴근을 했는데 1년 하니 못하겠더라. 거의 올해는 많이 못갔는데, 가족들끼리 역할이 분담됐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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