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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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이종언 감독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이고 싶었다"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04.16 18:45 / 기사수정 2019.04.16 18:3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생일'이 3일 개봉 후 꾸준한 관심 속에 순항하고 있다. '생일'을 통해 상업영화에 데뷔한 이종언 감독의 진심도 그렇게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중이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이종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뭉쳐 단단한 울림을 완성했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밀양'(2007) '여행자'(2009), '시'(2010) 등에 참여했던 이종언 감독에게 '생일'은 첫 데뷔작이다.

특히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전해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상업영화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왔지만,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닌 그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120분의 러닝타임 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진심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중심에 서서, 영화를 연출하며 가장 조심스러웠던 이는 이종언 감독이었다.

"영화가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고 관심 가져주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이종언 감독은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담담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예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그 때가 정말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작업에만 집중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힘을 얻을 수 있었죠. 담담하게 관객들을 잘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마치 제게는 그 날 이후로 시간이 멈춰있는 것도 같고요. 5년이 훌쩍 건너뛴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 개인적으로도 큰 다른 일들이 없었고, '생일'에만 집중했던 시간이라 그런지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5년 전 4월 16일을 생각하면, 안절부절못하며 TV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던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했다.

2015년 여름 안산을 방문한 이종언 감독은 그 곳의 일을 도우며 유가족들을 만났고, 오랜 시간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으며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종언 감독은 "영화로 만들고, 이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자세히 알게 되고 보게 되고 주목하다 보면 서로 공감할 수 있고, 또 이 분들(유가족)에게도 그리고 그 때 상처 입은 우리 모두에게도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을 때, 그 분들이 '괜찮다'고 얘기해주셨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을 더해주시면서 제 안의 하나의 약속이 됐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사실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에요. 그렇지만 그 이후부터, 제 안에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들을 계속 해왔던 것이고요"라고 덧붙였다.

영화 이야기를 전하는 내내 조심스러워했던 이종언 감독은 "그 일이 있고 나서 시인은 시를 쓰고,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했잖아요.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것이 상업영화의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예민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죠"라고 얘기했다.

"돈을 버는 일과 연관성이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충분히 생각하고요. 아마도, 이 아픔을 다른 의도로 이용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겠죠. 다만 영화를 보시고 나면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은 있어요. 다른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객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죠."

이종언 감독은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고, 저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또 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모든 전제였어요"라고 강조했다.

실제 '생일' 작업을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꼽았고, 인물들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위해 더욱 신경 썼다.

영화 후반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생일 장면은 이종언 감독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기도 하다. 3일 동안 롱테이크 형식으로 촬영된 이 장면은 보는 이들이 실제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을 안기며 먹먹한 마음을 더한다. 이종언 감독은 "제가 지독하다면 지독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서 한 명 한 명을 모두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의 반응 중 '세상 모두에게 공손하고 예의바른 영화다'라는 평이 기억에 남았다고 전한 이종언 감독은 "이 영화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모두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았죠. 제가 유가족 분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위안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늘 첫째였어요"라고 강조했다.

또 "사실 누구나 이런 고통을 겪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저는 이 영화가 유가족 분들만을 위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유가족 분들과, 그 때 그 뉴스를 보며 상처를 입었던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이고 싶었죠. 정말, 그게 제 마음이었습니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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