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안성기 "안신부 같은 느슨한 모습, 계속 보여주고 싶다"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8.11 오전 10:30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안성기가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돌아왔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가 구마 사제 안신부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 안성기는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사제 안신부 역을 맡았다. 강한 신념과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구마 의식을 행하는 인물이다.

촬영 한두 달 전부터 라틴어 대사를 준비했다는 안성기는 현장에서 대사를 한 번도 틀리지 않아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김주환 감독은 "라틴어 대사를 완벽히 체화하셨다. 현장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극찬과 함께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안성기는 "저도 놀라웠다. 사실 틀려도 누구도 몰랐을 거다"고 웃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라틴어 대사를 되뇌었다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말로 써서 무조건 외웠다. 이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대략적으로 이런 뜻이구나 생각하고 통째로 외웠던 것 같다. 이 부분만큼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퇴마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참고하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는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안성기는 "사실 구마하는 영화를 보고 다들 어떻게들 했나 비교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장르가 무서운 영화들이 많지 않나. 내가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 (웃음).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해버렸다. (다른 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기도하듯이 기도문을 외우지 않는다. 마치 악령하고 싸우듯이 소리를 쳤던 것 같다"고 밝혔다. 

구마가 끝난 뒤 용후와 술을 마신 뒤 농담을 건네는 장면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불렀다. 안성기의 느슨한 모습이 신선했다는 호평도 많았다. 이에 안성기는 "그 장면을 찍을 때 진짜 술을 마셨다. 맥주 두어 잔만 마셔도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편이라 분장을 하느니 마시는 게 사실적일 것 같았다. 박서준 씨도 내게 배려를 잘해줘서 재밌게 찍었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안성기는 "그렇지만 내 나이대에 캐스팅 제안을 주는 작품이 많지 않더라. 주연은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인물을 맡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나 이거 아니면 못해'라고 하면 진짜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걸 선택하는 상황이 됐고,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서 늘 준비를 하고 있다"며 60대 배우로 느끼는 고충을 털어놨다.


안성기에게 '사자'는 좋은 작품을 기다리던 중 찾아온 반가운 영화였다. 시나리오에서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보통 시나리오를 보고 내가 출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 전에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을 봤는데 영화를 굉장히 잘 만드는구나 싶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 내 모습이 제법 근사하게 나오겠구나 싶었다. 재미도 있고 긴장감도 있는데 쉬어가는 유머도 있다. 나라는 인물이 좋은 느낌을 주고 영화적으로도 플러스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짚었다.

또 한 번 영화로 방점을 찍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안성기는 "얼마 전 '종이꽃'이라는 독립 영화를 하나 찍었다. 굉장히 따뜻하고 좋은 영화다. 또 가을에는 독립 영화를 하나 더 찍을 예정이다. 지난 몇 년과 다르게 열심히 할까 한다. 예전에 접하지 못한 작품들도 들어오고 있다. 기다렸더니 조금씩 오고 있다는 걸 느낀다. 준비를 잘하고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62년을 맞았다. 다섯 살의 나이에 '황혼열차'(1957)로 데뷔했던 안성기는 한국 영화 100주년의 살아있는 역사와 다름없다. 안성기는 "그동안 여러 어려움들을 뚫고 왔다는 점에서 기분 좋다. 얼마 전 '기생충'이 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정점을 찍어줘서 그 의미가 살아났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영화는 나의 행복이자 나의 꿈, 그런 거다.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