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차' 박기웅 "안 뜬다고? 이 정도면 뜬 것 아닌가요 하하" [엑's 인터뷰③]

기사입력 2019.10.07 오전 11:5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한 뒤 15년 차 배우가 됐다. 2006년 휴대폰 CF 속 맷돌춤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뒤 ‘별순검’, ‘남자이야기’, ‘추노’, ‘각시탈’, ‘몬스터’, ‘리턴’, 영화 '싸움의 기술‘, ‘동갑내기 과외하기2’, ‘최종병기 활’, ‘은밀하게 위대하게’, ‘치즈인더트랩’ 등 다양한 작품을 거쳐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투지 넘치는 세자이자 내면에 슬픔을 가진 이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어느덧 후배들이 많아진 현장에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비교적 어릴 때 이 일을 시작했거든요. 그때는 무조건 막내였어요. 프로의 세계에서 있을 순 없는 일이지만 조금 실수해도 봐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게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하나둘 많아지더라고요. 스태프들을 포함해서도 고참급이어서 외로웠어요.

다른 의미에서는 책임감이 많이 왔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현장에서 디렉션을 주는 감독님들도 줄었거든요. 예전에는 ‘이렇게 해줘’, ‘이렇게 했어야지’라는 말을 듣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을 들어요. 제가 엄청 고참급 선배는 아니지만 딱 그 기로에 있는 것 같아요. 촬영 감독님, 스크립터님, 음향 감독님 등 배우들 중 저부터 존댓말을 써주세요. 저를 대우해주는 게 감사하면서도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성장하고 연차가 더 쌓이고 잘하는 배우가 되면 유연하게 갈 수 있겠지만 지금은 더 책임감이 느껴져요.”

혼자 돋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팀워크를 중시하게 된 것도 그동안의 경험이 준 깨달음이다.

“분량이 많은 역할도 했고 조금 더 조연일 때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내게 주어진 모든 신을 임팩트 있게 하려고 했어요. 소위 다 따먹으려는 욕심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개인적으로 자신이 모든 걸 가져가고 돋보이려고 하는 배우를 굉장히 싫어해요. 그건 극 전체를 볼 때 다 죽자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살려야 시청자나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되거든요. 온전히 잘 전달되는 게 첫 번째고 날 보이게 하는 건 그다음이에요. 모든 배우들이 다 튀면 극이 말하고자 하는 게 삐딱해져요. 이를 예전과 다르게 조절하게 됐어요.”


데뷔 전후 가장 달라진 부분을 물었다. 한때는 생계를 위한 다작 배우였지만, 지금은 배우가 ‘직업’이 됐단다. 

“예전에는 막연한 뭔가를 잡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잡고 싶어요. 그런데 약간 다른 게 뭐냐면 지금은 직업 같아요. 더 잘되고 싶은 이유는 부와 명예 때문이 아닌 시청자나 관객에게 조금 더 배우로서 믿음을 주고 자유롭게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서예요. 

20대 때는 다작 배우였거든요. 1년에 미니시리즈 4개를 한 적도 있어요. 방송 편성이 당겨지면서 MBC와 KBS에서 제가 동시에 나온 적 있어요. 잘못된 거죠. 솔직히 그때는 서울에 혼자 올라와 돈이 필요해 다작을 했어요. 그런데 경제력이 생긴 다음에도 습관이 돼 그러고 있더라고요. 군대에 좀 늦게 가면서 강제로 일을 쉬게 될 때 돌아보는 시기를 가진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대단한 배우가 아니어서 연기에 대해 얘기하는 게 부끄럽지만 할 수 있는 얘기는 저는 근육으로 치면 생활 근육인 것 같아요. 다 현장에서 배우고 익히고 모니터하면서 배웠어요. 장르별로 다 해보고 싶어 시트콤 빼고 다 해보기도 했고요. 그런 식으로 경험이 쌓이면 발전할 거로 생각해요.“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박기웅의 소개란에 ‘비주얼과 연기력 모두 갖췄음에도 너무 안 뜬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그는 “이 정도면 뜬 것 아닐까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인터뷰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감사하고 살아요. 배우만 해서 오롯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는 되잖아요. 신인 배우 시절에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미술학원 강사도 했는데 배우만 해서 먹고살고 싶었어요. 열심히 했죠.

누구나 최선은 다하는 거고 저는 잘한다기보다는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물론 지금보다 더 잘되면 더 좋겠지만 지금도 감사하고 살아요. 재발견이나 안 뜬다고 말하는 것도 제 포텐셜(가능성)을 믿고 그런 말을 하는 거니까 기분 좋은 얘기인 것 같아요. 지금 컨디션은 좋은 상황이에요. 작품이 엎어지는 바람에 공백기가 길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안 쉬고 싶어요.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금방 좋은 작품을 할 것 같아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젤리피쉬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