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본인도, 사령탑도, 동료들도 반가운 박병호의 '기지개'

기사입력 2019.11.09 오전 06:52


[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잠잠했던 박병호의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령탑도, 동료들도, 선수 본인들도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서울 예선라운드 쿠바와의 3차전에서 7-0 완승을 거뒀다. 예선 3경기를 모두 잡은 한국은 C조 1위로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1루수 및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앞선 2경기에서 안타가 없다 이날 1타점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였던 캐나다전, 박병호 전 이정후를 고의4구로 거르고 박병호와 승부를 할 정도로 그의 침묵은 길었다. 한국이 2-0으로 앞서있던 8회초 1사 2루에서 캐나다는 이정후 타석에서 자동 고의4구를 택했고, 이후 박병호의 잘 맞은 타구가 아쉽게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박병호는 직선타로 물러났다. 이 상황에 대해 박병호는 "꼭 치고 싶었다. 내가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성공적인 타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자마자 타석에 빨리 들어갔다. 이겨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박병호의 안타가 나오지 않아도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를 믿고 계속해 4번에 기용했다. 박병호는 "앞선 두 경기에서 부진했고, 잘 맞은 타구도 없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있었다"며 "믿고 내보내주시기 때문에, 정신차려서 생각을 바꾸려고 했다. 그렇게 좋은 타구가 나오게 된 것 같다. 타석에 나설 때마다 격려해주셨고, 그 순간에도 감사했다"고 전했다.



슈퍼라운드를 목전에 놓고 나온 박병호의 부활은 사령탑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박병호의 노력을 알기에 더 그랬다. 김경문 감독은 "그래도 4번타자는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자존심인데 자꾸 흔들리는 것도 싫었다. 감독은 묵묵하게 힘을 줄 수밖에 없다. 좋은 안타, 좋은 타점이 나와 대표팀도 부드러워지고 나도 기분이 좋다"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병호의 두 번째 안타, 타점이 나온 순간에는 KT의 비상, SK의 패치, LG의 안녕 등 다른 팀들의 세리머니를 모두 하며 기쁨을 만끽했고, 동료들도 환호하며 박병호의 안타를 축하했다. 박병호는 "10개 구단 선수들이 모여서 한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 너무나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모두 다 내 안타에 기뻐해줬다. 그동안 못 했던, 각 팀 별로 세리머니를 하면서 분위기를 이거나가고 싶었다"고 미소지었다.

특히 박병호와 함께 안타가 없었던 양의지와도 진한 기쁨을 나눴다. 박병호는 "서로 둘만 못 쳤다고 많은 얘기를 했는데, 내가 먼저 쳤을 때 양의지가 부러워하며 축하해줬다. 의지가 안타를 쳤을 때 나 또한 같이 좋아해줬다"며 "어찌됐든 경기도 이기고 기분 좋게 일본을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박병호는 이번 대표팀의 4번타자이기도 하지만, '맏형'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모든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임하고 있다. 지금처럼 격려하고 자기 위치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에서 예선을 치르며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주셨고, 그 응원에 힘을 얻었다. 슈퍼라운드에서도 좋은 경기 해 팬분들이 즐거워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슈퍼라운드 각오를 밝혔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