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5:29
경제

[스타일엑스] "난 성공한 '스타워즈' 덕후!" 디자이너 한상혁

기사입력 2016.12.23 17:25 / 기사수정 2016.12.23 17:25

서재경 기자

[엑스포츠뉴스 서재경 에디터]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패션쇼가 열렸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한상혁 디자이너의 '로그 원: 에이치 에스 에이치 2017 S/S 컬렉션'에선 우주를 형상화한 환상적인 무대와, 스타워즈 대형 피규어 등 평소 패션쇼에서 보기 어려웠던 분위기로 가득했다.



▲ '로그 원: 에이치 에스 에이치 2017 S/S 컬렉션'이 열린 청담동 드레스가든의 로비. 스타워즈 피규어와 영화 포스터가 눈에 띈다.

패션계에서 '스타워즈 덕후(?)'로 통하는 한상혁 디자이너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개봉을 앞두고 '루카스 필름' 측으로부터 영화를 테마로 쇼를 꾸며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자신의 쇼룸 입구부터 스타워즈 피규어를 전시해놨을 정도로 팬을 자처했던 그는 당연히 제안을 수락했고,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역대급 패션쇼가 탄생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만 가능하다는 '덕업일치'('덕후'의 '덕'과 '業(일)'의 합친 말.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의미)를 이룬 주인공, 한상혁 디자이너를 스타일엑스가 만나봤다. 
 

Q. 이번 쇼는 스타워즈를 테마로 한 국내 첫 번째 패션쇼라고 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 내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걸 패션계에서 다 안다. (웃음) 워낙 좋아하니까 이번에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루카스 필름' 쪽에서 문화 마케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나야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라서 하면 재밌을 것 같다 해서 시작하게 됐다.  

Q. 이전에도 스타워즈와 콜라보를 진행한 적이 있고, 평소에도 스타워즈 팬을 자처해왔다. 이 정도면 소위 말하는 '성공한 덕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일단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일과 연결된다는 것 같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내가 잘하는 것과 연결 지어서 옷을 만들고 하는 과정이 정말 너무 좋다. 행복한 일인 것 같다. 

Q.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 

-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 중에서는 '한 솔로', 그 다음에 로봇 중에서는 'C-3PO'를 좋아한다. 예전 시리즈에 나왔던 스톰트루퍼나 다스베이더는 완전 짱이다. (웃음) 



 

▲ 반짝이는 비즈 장식과 과감한 프린팅이 돋보이는 의상들 (HEICH ES HEICH 2017 SS)


 

▲ 비즈 장식의 후디와 에이치 에스 에이치 특유의 엠보 디테일이 들어간 롱 점퍼 (HEICH ES HEICH 2017 SS)

Q. 이번 컬렉션 의상에선 프린팅이나 그래픽, 비즈, 레터링 등이 눈에 띈다. 한층 과감해진 느낌인데? 

- 저희가 많이 하는 게 '뉴 어덜트'라고 해서 약간 포멀한 베이스를 가진 옷들인데, 이번에는 '퓨처리즘'을 가미해 '로그원'의 이미지를 더해 조금 더 반짝거리고 우주적인 느낌들로 재해석했다.  

Q. 그래서 쇼 무대도 우주 느낌이 나도록 구성한 것인가?  

- 그렇다. 멋진 우주 공간으로 꾸며 봤다.  

Q. 이번 쇼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고, 제일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로그원' 감독이 직접 우리 쇼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것이다. 이게 정말로 잘 하지 않는 그런건데, 루카스 본사에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직접 축하영상을 보내줬다. 쇼 전에 스크린으로 영상도 틀 예정이다. 


Q. 이런 식으로 진행된 패션쇼는 거의 유례가 없지 않았나? 

- 그 동안의 스타워즈를 콜라보는 상업적인 베이스가 깔려있었다. 그런데 우리 쇼는 정말 내가 스타워즈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컬처 아이콘으로서의 '스타워즈'를 옷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본사에서도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콘텐츠로 쇼를 하는게 처음이라서 더더욱 감회가 깊은 것 같다. 

Q.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초청도 받고 그러는 것 아닌가. (웃음)

- 그러면 좋다. (웃음) 아마 이제 옷을 보시고 반응이 오지 않을까 한다. 


Q. 그 동안의 컬렉션의 테마를 보면, 영화나 키덜트적 성향에서 비롯된 컨셉이 많은 것 같다. 평소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 

- 기본적으로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것들은 기존에 벌어지고 있거나, 나에게 벌어지는 현상들, 내가 보고 있는 것들, 즉 경험이나 생각들에서 시작이 많이 된다. 그래서 영화나 음악이나 미술이나 즐기는 편이다.  

Q. 최근에 본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뭔가? 

- 최근에 다시 한 번 영화 <중경삼림>을 봤다. 세컨 레이블에서 중경삼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내려고 예전에 봤던 걸 다시 봤는데 왕가위 감독이 쓴 글들, 대사들 이런 것들이 정말 시간이 지나도 굉장히 마음에 차곡차곡 남는다 그래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Q. '에이치블레이드'에서 <중경삼림> 컨셉으로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 에이치블레이드는 젊은층을 위한 옷인데,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큰 테마로 잡는 것이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전 시즌도 영화 <몽상가>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고.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주가 되는 컨셉이다.  

Q. <중경삼림> 컬렉션은 언제 볼 수 있나? 

- 2월달에 오픈을 할 예정이다. 중경삼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경삼림 그 자체가 아니라, 왕가위 감독이 그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었던가인 것 같다. 그 시대 홍콩의 젊은이들, 청킹맨션에 살던 사람들의 스쳐 지나가는 사랑 이야기들, 지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청춘들만이 가진 고민과 어떤 생각들, 그리고 왕가위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공감이 됐다. 그런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서 제작 중이다.   


Q. 에이치 에스 에이치는 남성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젠더리스를 지향한다고 들었다. 남성복 여성복에 특별히 경계를 두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 일단은 내가 생각했을 때 에이치 에스 에이치의 큰 테마와 철학적인 배경은 '중간'이라는 단어였다. 'Between'이라는 단어.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의 취향이 같다면, 사이즈가 약간 다를 뿐이지 옷에 대한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처럼 어른과 아이들, 빛과 어둠, 따듯함과 차가움 그 중간에는 교묘하게 섞여있는 느낌들이 있다고 생각 한다. 

우리 옷의 경우도 어떻게 보면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색감이라던가 가까이서 봤을 때의 위트있는 디테일 등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도 있다고 생각했다.  

Q. 굉장히 철학적인 것 같다.  

- 철학적이면 철학적이고 사실은 쉽게 생각하면 쉬운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Q.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랜 시간 활동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브랜드 컨셉에 더욱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 

- 'Between'이 나오게 된 배경은 내 삶에서 영향을 받았던 크리에이터들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시작됐다. 패션 디자이너만 치면 크게는 두 명이 있는데, 내가 실무를 하면서 가장 영감을 받고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한명은 마틴 마르지엘라, 또 한 명은 톰 포드였다. 사실 그 둘은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명은 조금 더 럭셔리하고 우아함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라면, 다른 한 명은 좀 더 스트레이트하고 개념적인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인데 내가 살아온 삶에 있어서 두 명 중 한 명을 택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그 사이에 있는 어떤 이야기들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혹은 나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을 하면서 'Between'을 떠올렸다.  

Q. 두 사람을 모티브로 삼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일을 시작할 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일을 시작한 97년도부터 마르지엘라나 톰 포드가 조금씩 크리에이터로서 이름을 알리고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마르지엘라는 얼굴 드러내지 않는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패치하고 조합하고 그런 옷을 보면서 크리에이티브함을 느꼈다. 또 그 당시 무너져가는 '구찌'를 살린 톰 포드가 사람이 늘어진 목티 하나만 입어도 너무 우아하고 멋있는 거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다른 감성이지만, 나에게는 두 가지의 느낌이 존재했다. 그래서 그 두 명의 디자이너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둘 중 한 명을 택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같은?) 그렇다. (웃음) 성향이 너무 다른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좋아했던 진심이 브랜드의 철학적인 모티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Q. 에이치에스에이치의 피날레는 항상 화제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쇼에서도 특별한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는지? 

- 저번 쇼에서 (세그웨이를 타고 등장하다가) 너무 크게 다쳐서 이번 시즌에는 스킵할 예정이다. (웃음)

Q. 서프라이즈 좋아하지 않나? 

- 그렇긴 한데, 이번엔 무드도 그렇고 아주 멋지고 시크하게 인사를 할까 생각 중이다. 

Q. 피날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 아이디어는 많은데 보통은 디자이너가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이야긴 것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느냐의 문제. 남들은 의식하는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설사 내가 넘어지더라고. 넘어질 걸 몰랐긴 하지만. (웃음) 

(세그웨이는) 내가 타고 싶었고, 그저 하고 싶으면 하는 것 뿐이다.  

Q. 세그웨이 피날레(2016 F/W) 뿐 아니라, 드론으로 꽃다발을 전달해 주는 피날레(2015 F/W)도 멋지던데? 

- 재미나게하고 싶었다. 첫 쇼였고, 뭔가 축하받고 싶고, 사람이 나와서 꽃을 주는 것 보다는 특별한 게 없을까 하다가 드론으로 꽃다발을 전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지? 

- 그냥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색깔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글 = 서재경 에디터 inseoul@xportsnews.com
사진 = 서예진 기자 yejin@xportsnews.com 



서재경 기자 inseou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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