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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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성추행' 이윤택 연출가의 '유체이탈' 사과, 분노만 더 키웠다

기사입력 2018.02.19 14:58 / 기사수정 2018.02.19 15:00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이윤택 연출가의 '유체이탈' 화법이 연극계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이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19일 이윤택 연출가는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폭로된 자신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이윤택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또한 연희단거리패 출신 단원들과 연극계 전체에 대한 사과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연희단 거리패 선배 단원들이 (성추행 사태에 대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나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번 사건을 자신만의 잘못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이윤택은 자신의 죄에서 한발짝 벗어난듯한 화법으로 취재진의 원성을 샀다. 

처음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과거 일을 폭로하면서다. 김수희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극 '오구' 지방공연에서 연출이 안마를 시키며,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윤택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오구'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이윤택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후 이윤택은 연희단거리패와 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의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 17일과 19일까지 이윤택의 성폭행을 고발하는 추가 폭로글이 이어지며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드린다"고 하면서도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폭행과 관련해 취재진이 질문을 이어가자 이윤택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물리적인 폭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건 인정하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현장에서 이윤택은 '법적 수사 절차'를 강조해서 말했다. 그러나 폭로된 사건중 대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윤택이 말하듯이 그의 범죄 사실이 법적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SNS에서 폭로되고 있는 글에 대해서도 "사실인 부분도 있고, 내 판단에서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 이 문제를 여기서 왈가왈부한다고 해서 진위를 밝힐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자수를 하겠냐"는 질문에는 "그건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폭로되고 있는 죄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확한 피해자의 수 조차 모른다. 그러나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죄하고 있는 죄도, 사과를 받는 당사자도 정해지지 않은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 그는 이 사과를 "특정인이 아닌 연극계 전체에 대한 사과"라고 정의했다.

현장에는 기자들 뿐만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도 있었고, 또 그들과 함께(Withyou) 하겠다며 피켓을 들고 온 이들도 있었다. "사죄는 당사자에게 하세요"라는 그들의 외침이 이윤택에게만 들리지 않은걸까. "죄송합니다"라는 허울 좋은 말보다 정확한 사건 규명과 세세한 사과가 필요한 현장이었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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