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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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카데미 시상식④] 하늘에 걸려있던 9-0의 운명, 두산의 '해피엔딩'

기사입력 2018.07.16 10:29 / 기사수정 2018.07.17 18:23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2018년 6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어쩌면 이 경기는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KBO 공식 기록에서 사라지고, 두산 팬들에게 '안타까운 일'로 회자됐을 수도 있던 이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대승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전날 두산은 KIA와의 연장 접전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2-0 리드를 먼저 잡았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달아나지 못하면서 결국 경기 후반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KIA 선발로 팻딘이 등판한 가운데, 두산은 1회부터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쉴 새 없는 두산의 폭격이 이어졌다. 양의지의 안타로 두 점을 먼저 뽑아낸 두산은 오재원의 안타와 이우성의 2루타로 점수를 5-0으로 벌렸다. 박세혁의 2루타로 계속된 1사 1·3루에서는 류지혁의 안타로 한 점을 더 뽑아냈다. 1회부터 타자 일순. 다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7-0이 됐다.

결국 KIA 벤치는 아웃카운트 두 개 밖에 잡지 못한 팻딘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유승철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3회부터 하준영이 등판했다. 투수를 가리지 않은 두산은 2사 주자 1·3루에서 오재원이 상대 폭투로 홈인, 이 때 2루까지 진루한 이우성이 김재호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면서 9-0의 점수를 만들었다.


9-0에서 폭우, KIA와 두산의 엇갈린 표정

문제는 날씨였다. 이날 경기 전부터 태풍 영향으로 서울 지역에 비가 예고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3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4회초 폭우가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경기는 중단 됐고, 그라운드에 방수포가 깔렸다. 두산 선발투수 조쉬 린드블럼은 더그아웃에서 뛰쳐 나와 구장 관리 작업을 돕기도 했다.

30분을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고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노게임이 선언될 수 있었다. 노게임이 되면 두산이 뽑아낸 9점과 린드블럼의 무실점은 무산되는 상황이었고, 반면 KIA에게는 9실점의 참혹한 결과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두산은 경기 재개를, KIA는 노게임을 갈망하며 야속한, 혹은 반가운 비를 바라봤다.


구름 걷히고 방수포도 걷히고, 두산은 또 치고

하늘은 두산의 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강상태를 보였고, 방수포를 걷고 그라운드 정비에 들어가 1시간 4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기나긴 기다림도 두산의 화력을 죽이지 못했으니, 속개된 4회말 KIA의 네 번째 투수 문경찬을 상대로 오재원의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점수는 11-0. 5회에도 한 점이 더 나며 12-0으로 KIA를 따돌렸다.

두산이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사이 린드블럼은 6이닝 동안 76개의 공으로 단 3피안타만 허용, 무실점 완벽투를 하고 마운드를 이현호에게 넘겼다. 이날 KIA의 득점은 단 두 점이었는데, 바로 8회에 나온 류승현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하지만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탓에 팀도 막내의 데뷔 첫 홈런에 크게 환호하지 못했고, 홈런을 친 당사자도 기쁨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어찌됐든 이현호는 3이닝을 책임지면서 세이브를 올렸고, 두산은 12-2 대승으로 이날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린드블럼은 시즌 10승 마크. 중단된 시간을 제외한다면 2시간 28분 만에 승부가 갈렸다. 특히 이날 경기에 앞서 두산은 정재훈 2군 코치의 은퇴식을 진행했는데, 후배들은 하늘이 거든 덕에 우여곡절 끝 선배의 마지막을 대승으로 배웅할 수 있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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