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사구' 정진호 "눈 깜짝하니 끝났더라고요" [대전:생생톡]

기사입력 2020.09.16 오후 05:10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보호대 없었으면 지금쯤 병원에 있었을걸요".

한화는 지난 15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극적이라면 극적이고, 허무하다면 허무한 승리를 거뒀다. 1-5로 끌려가던 한화는 LG 불펜을 공략해 7회에만 4점을 내고 5-5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2사 후 최재훈의 안타와 오선진, 최인호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에서 정진호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10회말 2사 만루 정진호의 타석, LG 마무리 고우석이 던진 초구가 정진호의 팔에 꽂혔다. 밀어내기 사구, 정진호의 스윙 한번 없이 경기는 끝이 났다. 문자중계상 151km/h로 찍힌 강속구였다. 정진호는 "(고우석의) 볼이 빠르니까 짧은 안타에도 끝낼 수 있어 중심에만 맞추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 빠른 공이 나에게 오더라. 눈 깜짝하니까 경기가 끝났다"고 돌아봤다. 고우석은 끝내기패를 당한 상황에서도 정진호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전했고, 돌아오다 이를 발견한 정진호도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고우석의 공은 정확히 정진호의 팔꿈치 보호대를 스쳤다. 분명 기쁜 상황이었지만 자칫 아찔한 장면이 나올 수도 있었다. 정진호는 "팔뚝을 맞았는데, 보호대가 없었다면 지금 병원에 있었을 것이다. 공이 정말 빨랐다"고 얘기했다. 걱정해준 선수는 없었냐 묻자 "선수들은 일단 이겨서 좋아한 뒤에 '선 기쁨, 후 걱정' 하는 척하더라"고 웃었다. 그는 "감독, 코치님들도 '오른팔을 승이랑 바꿨다',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안 아끼려고 안 아낀 게 아니라 공이 너무 빨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정진호의 밀어내기 사구는 다소 '웃픈' 기록이다. 올해 정진호는 주자 만루시 안타가 단 한 번도 없다. 본인도 "원래 득점권에서 잘 치는 편인데, 올해는 만루뿐 아니고 주자 3루에서도 정말 못 치더라. 뭔가 쓰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밀어내기 사구가 올해 만루에서의 첫 타점. 사이클링 히트와 그라운드 홈런 등 평생 하나 갖기도 힘든 기록들을 여러 개나 보유한 '진기록의 사나이' 정진호는 "매년 이상한 걸 하나씩 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올해도 뭔가 하지 않을까 했는데, 어제 나온 건가 싶기도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적 첫해, 팀도 본인도 만족스럽다고 말할 순 없는 시즌이다. 정진호는 "당연히 아쉬움이 정말 크다. 개인적으로는 부상을 당했던 게 아쉽고, 득점권에서 너무 못 친 것도 아쉽다"고 털어놓으며 "개인적인 목표는 없고, 팀이 100패를 하지 않도록 1승, 1승 소중하게 여기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남은 시즌 각오를 밝혔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