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듯 펑…'파이어 볼' 두산 지켰다

기사입력 2020.11.21 오전 05:55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9회 초 이승진이 다시 나왔다. 첫 타자 나성범에게 초구 직구. 펑 하고 터지듯 꽂히더니 포구음이 돔을 가득 메웠다. 1루 응원석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또 직구. 박세혁, 이승진 배터리가 내세우는 수는 변화구보다 직구가 많았다. 나성범과 상대할 때만 아니라 다음 타자 양의지, 모창민, 노진혁까지 전부 직구 위주 승부였다. 매 타자 변화구는 단 1구만 섞었다. 배터리는 최고 151km/h 찍히는 직구를 믿었다. 이승진은 두산이 시리즈를 뒤집는 순간 마운드에 서 있었다.

앞서 김태형 감독은 20일 고척 NC와 한국시리즈 3차전 브리핑에서 "이영하는 생각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마무리 투수가 가질 부담이 분산돼야 할 것이라고 시사하고는 "승진이와 같이 붙이거나 상황 따라 달리 기용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실행됐다. 결과는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멀티 이닝 세이브였다.

투구 컨디션이 곧 선택 기준이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승진이 공이 좋았다"며 "영하가 실점하는 데 있어 1점 차는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승진이에게 맡겼더니 잘해 줬다"고 했다. 이승진은 자신 있게 꽂았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구위 위주 투수로써 적극적 승부가 됐다. 실제 28구 중 22구가 직구였고 스트라이크 비율 60.7%였다.

'파이어 볼러'라고 불릴 만했다. 올 정규시즌 중 구속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던 이승진과 이제는 다르다. 이승진은 "배영수 코치님과 퓨처스 팀에서 땀흘릴 때 기억이 났다. 그때 공 빠른 (김)강률, (이)동원이 형과 있는데 나는 140km/h 대 나올 때라서 배 코치님께서 '너는 아직 파이어 볼러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150km/h 나오니까…. (웃음)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승진은 기존 마무리 투수 이영하와 공존이 서로 상쇄해 주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라고 봤다. 그는 "내게 상황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제구가 되지 않거나 위기일 때 편히 던질 수 있는 이유는 내 뒤 영하가 있기 때문"이라며 "마무리 투수는 영하가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두산으로서 큰 소득이다. 마무리 투수 이영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해 왔으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 말 3실점해 부담이 컸다. 그런데도 김민규만 아니라 이승진까지 돕고 나서 기존 마무리 투수가 느끼게 될 부담이 줄고, 김 감독으로서 가용할 카드가 느는 것이니 향후 시리즈 운영에 있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