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난다, 최지훈의 순간들

기사입력 2021.04.07 오전 07:54


[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아무렇지 않게, 그러면서도 훌륭하게 빈 조각들을 채운다. SSG 랜더스 최지훈에게는 세상을 집중시키는 그만의 번뜩이는 순간들이 있다.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SSG가 5-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딕슨 마차도가 김상수의 2구를 타격했다. 타구는 좌측 외야로 높이 떴고, 파울 라인을 넘어가는 듯했던 공은 바람을 타고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파울 라인 바깥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던 좌익수 최지훈은 빠르면서도 침착하게 공을 걷어냈다. 

만약 공을 놓쳤다면 이후의 분위기는, 그리고 경기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몰랐다. 최정과 최주환의 멀티 홈런, 아티 르위키, 이태양의 호투 등 여러 가지 화려한 장면들이 창단 첫 승리를 장식했지만, 흘러 지나간 최지훈의 이 수비 역시 다른 퍼포먼스들과 견줄 만한 빛나는 플레이였다.

최지훈은 6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공수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임종찬의 홈런으로 한화가 한 점을 앞선 3회, 한화 선발 라이언 카펜터에게 묶여 있던 SSG는 이재원의 2루타로 이날 첫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재원을 불러들인 건 1번타자 최지훈. 최지훈은 동점을 만드는 깨끗한 중전안타로 시즌 첫 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제이미 로맥의 볼넷으로 2루에 진루한 최지훈은 영리함과 빠른 발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한화 수비수들이 추신수를 잡기 위해 시프트를 가동한 상황, 3루 베이스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최지훈이 3루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KT전 경험으로 시프트 상황에서 상대의 도루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한화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7회초에는 '슈퍼 캐치'로 반짝였다. 김강민이 중견수로 들어오면서 좌익수로 이동한 최지훈에게 곧바로 공이 날아들었다. 최지훈의 구역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상당했다. 투수 박종훈도 안타를 직감했을 그때, 최지훈이 펄쩍 뛰어 담장 앞에서 공을 낚아챘다. '짐승' 김강민도 엄지를 치켜들었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박종훈은 최지훈의 이마에 뽀뽀까지 하면서 기특한 마음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안타 2볼넷과 1도루, 그리고 호수비까지.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지훈이가 톱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7회 호수비로 팀을 도왔다"고 콕 집어 박수를 보냈다. 데뷔 해부터 활약했던 최지훈은 1년의 경험이라는 자양분까지 얻고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레벨 업'을, 단 2경기 만에 확인시켰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인천, 윤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