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은 엠넷을 꿈꾸는가

기사입력 2021.04.07 오후 07:58



“엠넷 같다”

서바이벌 마니아로서 TV조선의 행보를 볼 때마다 이 말을 이따금 내뱉게 되는데, 이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기대)와 부정적인 의미(우려)가 둘 다 담겨 있다.

이러한 발언을 탐탁잖게 여기는 곳도 있겠지만, 최근 몇 년(‘미스트롯1’ 이후)간 TV조선은 넘버원 음악 채널, 넘버원 서바이벌 채널, (내수시장 기준) 국내 최정상 가요 기획사다.



<최근 TV조선이 개국한 트롯, 웰빙 전문 채널 ‘TV조선3’>

그 어떤 방송국도 따라올 수 없는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압도적 시청률(‘미스터트롯’ 최고 시청률 35.7%, ‘미스트롯2’ 최고 시청률 32.9%. 닐슨코리아 기준)이 이러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주요 근거.

국내 방송가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TV조선은 ‘프로듀스101’이라는 브랜드가 살아있을 때 엠넷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프로듀스101’이 살아있을 때 엠넷이 방송가에서 갖고 있는 포지션은 크게 두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아이돌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의 트렌드 리더. ‘프듀’ 시즌2 이후 난립했던 각종 아이돌 서바이벌(KBS의 ‘더유닛’, JTBC의 ‘믹스나인’, MBC의 ‘언더나인틴’ 등)들이 그 시절 엠넷의 포지션을 알려준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타 방송국들은 엠넷의 뒤를 따를 때처럼 TV조선의 뒤를 따르고 있다. ‘미스트롯1’과 ‘미스터트롯’이 대박을 치자 우후죽순으로 나온 트로트 서바이벌들에서 ‘프듀’ 시절 타 방송국들의 향이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프로듀스101’ 시즌1 이후 오디션 시장의 흐름과 ‘미스트롯’ 이후 오디션 시장의 흐름은 평행이론 책을 하나 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사하다>

나머지 하나는 인재 공급처로서 역할. ‘프듀’ 전성기 때는 (데뷔 조는 물론, 꼭 데뷔조가 되지 않는다 해도) 주요 참가자로 각인이 되면 얻어가는 것이 있었기에, 여러 소속사에서 자사 연습생을 ‘프듀’에 내보냈다.

그리고 이 인재 공급처 포지션 역시 현재는 엠넷이 아닌 TV조선이 가지고 있다. 현재 ‘미스트롯’ 출신과 ‘미스터트롯’ 출신들은 서바이벌 참가 이후 각종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결선진출자는 물론, 결선진출자가 아닌 가수들도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미스터트롯’ TOP6는 지난 1년 동안 가공할 파워를 보여줬다. TOP6가 아이돌그룹이라면 팬덤과 대중인지도를 둘 다 갖춘 슈퍼 보이그룹이라 할 수 있고, 국내만 보면 4대 기획사(하이브-SM-YG-JYP) 아이돌에도 뒤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평가할 수 있다.

최근 TV조선에서 야심만만하게 준비 중인 K-POP서바이벌 ‘내일은 국민가수’ 역시 예사로 볼 프로젝트는 아니다. TV조선이 시청률과 유튜브 조회 수라는 무기를 둘 다 들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이 프로그램에 특출한 인재들이 모여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만약 이 프로그램까지 잘 된다면 TV조선은 “우리가 넘버원 K-POP채널이다”라고 선언을 하지 않을까.



<MC가 김성주라는 점에서 TV조선판 ‘슈퍼스타K’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내일은 국민가수’>

여기까지가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라면 지금부터는 우려가 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 애초에 제목부터가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기 힘들다는 것을 K-POP마니아, 서바이벌 마니아라면 이미 아셨을 것이다.

일단 제일 큰 부분은 ‘미스터트롯’ TOP6와 계약 문제. 현재 음악 채널로서 TV조선의 힘은 대부분 ‘미스터트롯’ TOP6에서 오는데, 이들과 맺은 계약은 1년 6개월이고 올해 9월 끝난다. 이에 9월 이후 TOP6와 TV조선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정립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여러 시나리오 중엔 TV조선 입장에서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다음은 ‘미스&미스터트롯’을 둘러싼 각종 논란. 이 시리즈를 둘러싼 각종 공정성 논란과 악마의 편집 논란은 서바이벌 마니아라면 강한 기시감을 느낄 만한 논란들이었다. 서바이벌 공정성 논란과 악마의 편집 논란은 엠넷을 상징하는 단어들.
(관련 기사 : 2021년 1월 10일 엑스포츠뉴스 '미스트롯2' 최형선 "호롤롤로 어그로, 솔직히 많이 억울해") 

큰 성공이 오만을 부를 수 있고, 오만이 부패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엠넷이 너무나 잘 보여줬기에, 현재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TV조선도 같은 코스를 밟을까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음악 채널 분야에 아주 커다란 반면교사가 존재하는 TV조선. 그들에게 “역사는 반복 된다”는 표현을 쓸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채널에 대한 호오를 떠나, 흥행력 있는 서바이벌 브랜드가 하나 망가지면 업계와 무명가수들이 얼마나 고통받게 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TV조선-엠넷-KBS-JTBC-MBC-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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