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웬디 추락사고’ SBS, 그들의 사과엔 진정성이 있었나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3.03 오전 02:24




지난 3월 2일 SBS 홈페이지에는 ‘제348차 시청자 위원회 회의록’이 게재됐다. 이 제348차 시청자 위원회는 2020년 1월 22일 (수) 17:00에 목동 SBS 방송센터 20층에서 진행됐다.

이 회의록 속에는 SBS를 둘러싼 시청자위원 측과 SBS 관계자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는 12월 연예계 최악의 사고 중 하나였던 SBS ‘가요대전’ 레드벨벳 웬디 추락 사고에 대한 코멘트도 존재한다.

아래는 시청자 위원 측이 SBS ‘가요대전’ 레드벨벳 웬디 추락사고에 대한 지적한 내용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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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19 SBS 가요대전’ 리허설 도중 가수 레드벨벳 멤버 웬디 씨가 부상을 당했습니다. 약 2m 높이의 무대 아래로 추락해 손목 및 골반 골절상을 입는 큰 사고였습니다.

SBS는 사고가 발생한 25일(2019년 12월 25일)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어 팬 여러분 및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가 '무성의한 사과'라는 비판을 받고 26일(2019년 12월 26일) 다시 "레드벨벳 웬디 씨와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25일 ‘가요대전’ 무대에서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미끄러진 점을 지적하는 영상이 26일 유튜브에 게재되는 등 SBS의 무대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두 번의 사과문에도 “모든 안전 수칙을 지킨 상황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예견된 사고’였다”는 등 시청자 댓글이 27일 오전 기준 300개 가량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SBS '가요대전' 웬디 추락사고 2차 사과에도 비판 여론 여전>, PD저널, 2019년 12월 27일) 출연자와 스태프 안전은 프로그램 제작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안전수칙을 만들고, 이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안전수칙이 SBS의 모든 프로그램 제작 시 지켜질 수 있도록 안전교육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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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후 큰 비판을 받은 1차 사과문, 안전 수칙 소홀 논란 등을 지적하고 앞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안전수칙을 만들어야 한다(+이를 지킬 수 있는 환경 조성)고 주문한 것.

위와 같은 지적에 SBS의 유윤재 예능 1CP는 “‘가요대전’ 부분은 지금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과정이라 상당히 간략하게 해왔는데… 그 부분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드리겠고요. 일단 사고를 조사했고 앞으로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피해 아티스트에게는 직접 사과를 드렸고 가급적 빨리,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사고경위를 확실히 설명 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약간 원론적인 답변인데, 과정에 있으므로 계속 당부와 주의 말씀을 해주시면 계속 주의를 기울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관련 멘트를 마무리했다.

박기홍 콘텐츠전략본부장은  “‘가요대전’ 웬디 관련해서는 저희 회사에서는 철저하게 조사를 했습니다. 철저하게 조사를 했고 아까 유윤재CP 말씀하셨듯이 가족들과 또 본인 당사자에게도 충분히 사과를 하면서… 지금까지 거의 초반에는 매일, 지금은 매주 이렇게 컨택을 하면서 차도를 보고 있구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데 이제 저희가 또 여기서 시청자위원께서 말씀하셨듯이, 댓글들이 대부분 레드벨벳 팬덤, 팬들이 댓글을 쓰게 되는데, 모든 안전수칙을 지킨 상황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예견된 사고 이런 댓글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은 사실은 팬들 중심으로 쓰여진 건데, 방송사 쪽에서는 점검에 점검을 계속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이후 “어쩔 수 없이 이런 큰 행사를 할 때는 수도 없이 체크하고 점검하고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 이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그리고 이런 비판을 받게 되었을 때 방송사가 ‘아닙니다. 저희는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말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 더 욕먹죠”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가 완벽하게 준비했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 이런 비난이 폭증을 하게 되는거죠”라며 마주하게 될 예상비판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희로서는 어쨌든 지속적으로 사과를 드릴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무튼 예능 쪽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슈퍼콘서트나 이런 것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쨌든 이걸 계기로 해서…, 지금까지도 안전교육을 안한 건 아닙니다. 안전교육도 다 하고 관객들에게도 고지를 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무엇이 좀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겠다”고 한 뒤 “예능 쪽에서는 아마 3월 슈퍼콘서트 할 때부터 전 스텝들, 전 제작진에게 보내는 어떤 메일링이나 우리가 어떤 사이트에 가입할 때 ‘동의합니다’를 눌러야지만 그 사이트에 가입이 되는 것처럼 안전수칙에 대한 동의를 반드시 구하는 그런 작업까지 한번 해볼 생각이거든요. 이 정도로 좀 첨언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위 두 답변을 보면 SBS 측의 입장을 몇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1월 22일 기준(웬디 추락사고 시점으로부터 약 한 달 뒤) 시청자위원회가 개최됐을 때 시점엔 구체적인 예방대책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2. ‘가요대전’ 추락사고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예견된 사고라는 것은 레드벨벳 팬들의 주장이다. 우리는 행사안전 점검을 했고 안전수칙도 잘 지켰다.

3.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



다소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2번 항목. 예견된 사고였다는 것은 레드벨벳 팬들의 주장이고 실제로는 나름대로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는 부분이다.

정말로 할 만큼 다했는데 ‘불의의 사고’가 나서 웬디가 추락사고를 당한 것일까.

SBS ‘가요대전’ 스탭들이 긴밀하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안전사고에 대응할 능력이 있었다-는 믿음을 갖기에는 일단 1차 사과문이 너무 허술했다는 사실부터가 걸린다.

아래는 SBS ‘가요대전’ 레드벨벳 웬디 추락사고 발생 당시 1차 사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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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2019년 12월 25일) SBS 가요대전 사전 리허설 중 레드벨벳 웬디가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어 팬 여러분 및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레드벨벳 웬디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향후 SBS는 출연진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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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줄짜리, 그것도 당사자에 대한 사과가 빠진 상태로 게재된 사과문이 SBS의 공식 사과문이라니. 신뢰를 갖기 힘들 수밖에.

실제로 안전사고 대비 문제에 있어 안전점검을 할 만큼 했는지 자체도 의문스럽다. 12월 26일 디스패치의 보도 ‘“그 흔한, 마킹도 없었다”...웬디, 2.5m 추락 원인’에 따르면 ‘가요대전’ 현장 스태프로 참여한 사고 목격자는 “마킹 테이프만 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에서 SBS 박기홍 콘텐츠전략본부장이 언급한 ‘레드벨벳 팬’이 아닌 ‘가요대전’ 스태프의 증언이다.

회의록 속에서도 시청자 위원이 “‘가요대전’ 무대에서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미끄러진 점을 지적하는 영상이 26일 유튜브에 게재되는 등 SBS의 무대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라고 지적했는데, 이 지적 역시 레드벨벳 팬들만 했던 것이 아니다.

박기홍 콘텐츠전략본부장의 주장은 “우린 할 만큼 했다”라는 주장으로 읽히기 쉬운 문장이다. (웬디 추락사고에 대해) “‘아닙니다. 저희는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문장을 거꾸로 해석하면 SBS 측이 실제로는 (‘가요대전’ 안전 문제에 있어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로 그러한가.

만약 실제로도 “우리는 할 만큼 했는데 불의의 사고가 터졌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라면 ‘가요대전’ 당시에 SBS가 안전을 위해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공개적으로 팩트체크 해도 문제없을 정도라고 자신한다면, 오히려 SBS 입장에선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 명명백백한 해명이 가능해질 테니.

그리고 위에 언급한 문장은 SBS 측의 공식사과문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문장이기도 하다.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납작 엎드려 사과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기홍 콘텐츠전략본부장의 ‘가요대전’ 사고에 대한 언급은 레드벨벳 팬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수 없는 문장임에 분명하다. 다른 부분 다 떼어놓고 봐도 ‘레드벨벳 팬들이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해석될 소지가 충분한 것이 문제가 된다.




게임계에는 ‘우틀않’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말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패배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행동과 판단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SBS가 ‘가요대전’ 레드벨벳 웬디 추락 사고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로 이 ‘우틀않’이 아니길 간절히 빈다. 만약 ‘우틀않’이 그들의 진심이라면 2차 사과문의 진정성이 통째로 증발할 테니.

한편, 해당 내용이 담긴 ‘제348차 시청자 위원회 회의록’은 SBS 홈페이지 내에 존재하는 SBS시청자위원회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SBS ‘가요대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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