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초코코’ 뮤직비디오 해석하기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5.05 오후 02:10



“달콤함을 생산하나 먹지 못하는 아이들”

이번 글의 주제는 3세대 걸그룹계를 대표하는 희대의 문제작 중 하나인 ‘초코코’다.

사실 이 노래는 가사 자체는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근데 문제의 그 뮤직비디오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확 늘어나버렸다.




(슬리프-댄스-워크를 잠-연습-스케쥴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자)

가사에 대한 재해석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뮤직비디오로, 사실 재해석이라는 표현도 불충분한 표현이다.

뮤비 제작진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시청각적 달콤함을 생산하는 존재’인 아이돌이 그 달콤함을 생산하는 동안 정작 자신은 달콤한 것을 먹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담아냈다. 남녀 불문하고 아이돌들(좀 더 확장해서 생각하면 연예인)에게 컴백 시즌 다이어트는 필수적인 절차처럼 여겨지는 현실 등을 표현한 것.





(달콤함을 생산하나 정작 먹지는 못하는 소녀들)

구구단 멤버들이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만들고 일만 열심히 하게 만드는 감시 인형의 존재는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아이돌의 체중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연예기획사, 어지간히 날씬하지 않으면 카메라에 잡힌 아이돌들을 부해 보이게 만드는 미디어, (남돌 여돌 불문하고) 날씬하고 예쁜 아이돌들을 소비하는 대중 등등.



(지금 누릴 수 있는 달콤함을 참는 이유는 ‘달콤한 미래’를 손에 넣기 위해서인 것)

인문학적인 측면에 보자면 뮤비 제작진이 던지는 메시지는 꽤나 무게감 있는 메시지다. 당시 소속사 측은 ‘초코코’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잔혹동화라 할 수 있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다소 잔혹한 현실이 뮤비에 함유되어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초콜릿 먹방에 성공한 아이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표현한 후반부)

다만 문제는 구구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돌에게는 그런 ‘인문학적인 메시지’보단 당장의 ‘생존과 흥행’이 중요하다는 것. 의미도 챙기고 흥행도 챙겼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못 챙긴 사례로 남았다.

여러모로 창의적인 표현을 많이 보여주긴 했으나, 사실상 아이돌 뮤비의 ‘국룰’을 어긴 뮤직비디오. 그 국룰이란 ‘뮤직비디오는 아이돌이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서포트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포지션으로 비유했을 때 아이돌과 뮤직비디오의 관계는 원딜러와 서포터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서포터는 원딜러가 잘 클 수 있도록 보조해주고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포지션인데, ‘초코코’의 경우엔 서포터가 역으로 같은 팀 원딜러를 도구로 사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플레이어인 아이돌을 돋보이게 만드는 뮤비를 만든게 아니라 메시지 전달을 위한 도구로써 아이돌을 활용한 케이스라는 것.

노래가 나온지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초코코’ 뮤비 댓글에 ‘무슨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반응이 올라오곤 하는데, ‘무슨 의도가 있긴 있었다’라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구구단 ‘초코코’ 뮤직비디오 캡처-네이버뮤직
보도자료·기사제보 tvX@xportsnews.com
▶tvX는 No.1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엑스포츠뉴스의 영상·뉴미디어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