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도네이션…비대면 시대 속 고민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5.27 오후 04:40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지만, 이 글은 사실 3부작 시리즈 중 하나다.

시리즈 1부가 ‘아이돌과 브이앱과 질문’이고 시리즈 2부가 ‘비대면 시대의 아이돌’, 그리고 이번 글이 3부에 해당한다.

1부인 ‘아이돌과 브이앱과 질문’에서는 브이앱 채팅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봤고, ‘비대면 시대의 아이돌’에선 비대면 시대가 아이돌에게 주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봤다.

앞선 두 글이 현재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글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도네이션을 도입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다.

대면 사회일 때, 투어가 활발하게 진행될 때는 인터넷 방송을 기반으로 한 도네이션을 기획사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적어도 대형기획사들은 그랬다. 해외투어와 굿즈 상품으로 내는 매출이 워낙 천문학적이었으니까.

단적으로, 지난해 11월 빌보드가 공개한 박스스코어(Boxscore) 집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는 97만6283장의 티켓을 팔아 1억1660만 달러(약 136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당시 한국경제는 티켓 매출에 월드투어 팝업스토어 매출, 공연장서 판매한 MD(팬상품) 매출, 공연 온라인 생중계 수익 등을 합하면 투어 매출이 2천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저런 압도적인 매출은 아웃라이어 중에서도 아웃라이어에 해당하는 거긴 하지만, 방탄만큼은 아니라 해도 팬덤 강한 아이돌이 투어로 회사 먹여 살리는 일은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투어가 코로나19 때문에 완전히 봉인된 상태. 발 빠르게 비대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기획사들과 아티스트들이 있지만, 현재 선보이고 있는 비대면 콘텐츠들과 상품들이 투어가 빠진 자리를 얼마나 잘 커버해줄 지는 미지수다. 잘 커버해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지금 나오고 있는 비대면 상품들이 돈을 잘 벌어준다면 사실 ‘도네이션 시스템을 도입할까 말까’는 그다지 필요 없는 상상이다. 다만 비대면 콘서트 등의 매출이 투어매출에 비해 영 아쉽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돌의 미래를 논한다는 글에서 도네이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케이팝 팬들은 (‘아이돌과 브이앱과 질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브이라이브 같은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계’를 타는 걸 원하고, 케이팝 기획사들은 비대면 사회에서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욕망이 함께 가리키는 방향 중 하나가 바로 도네이션이다.

도네이션하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플랫폼 아프리카TV는 연결 기준 2020년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5억원과 8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20년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로 각각 -4%, +1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9%와 -11%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31%를 기록했다.

1분기에는 지난 4분기 소폭 하락했던 기부경제선물(별풍선, 구독 등) 매출이 반등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 내 방송 채널 개설 수와 이용 유저 수, 동시 시청자 수도 증가했다. 전체 광고 매출은 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감소했다.

만약 케이팝 스타들이 공식적으로 인터넷 생방송 도네이션을 시작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는 몇 있다.



(도네이션이 폭풍처럼 이어져 화제가 됐던 T1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생일 방송)

하나는 트위치, 중국 도유TV 등을 통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인기 프로게이머들의 사례. 인기 선수가 받는 도네이션의 수준을 보면 해외, 특히 중국에서 인기 많은 케이팝 아이돌들이 각 잡고 도네이션을 받기 시작했을 때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어렵잖게 짐작이 된다.

근래 아이돌들의 앨범 판매량, 특히 초동이라 불리는 발매 후 일주일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 중 하나가 해외 팬덤의 앨범 공구 활성화(특히 중국 공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근거 있는 예상이다.



(도네이션 시스템을 채택하긴 했지만 제작진이 알아서 악플을 잘 걸러냈기에 채팅 사고가 안 났던 ‘마리텔V2’)

도네이션이 가능한 주요 플랫폼 중 하나인 트위치에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 ‘마리텔V2’도 근거로 삼을 만한 사례 중 하나. 당시 ‘마리텔V2’는 받은 도네이션을 전액 기부한다고 고지하고 방송을 진행했는데, 인기 연예인이 출연한 방송에는 상당한 도네이션이 쏟아졌다. 그리고 마리텔하우스 막내딸 컨셉으로 출연했던 아이즈원 안유진의 활약이 상당한 회차에도 아이즈원 팬덤에서 도네이션 릴레이를 진행했다.

그리고 일본 AKB48 팬이라면 친근한 이름인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쇼룸'이 딱 아이돌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도네이션 시스템이 있는)이다.

아이돌 브이앱 시청자라면 알겠지만 국내나 해외나 ‘내 아이돌이 내 댓글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내 아이돌이 내 댓글을 확실히 읽어준다면 기꺼이 얼마라도 지불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열망의 다른 이름은 수요.

그렇다면 연예기획사들이 이 수요를 확 캐치해 인터넷 생방송 도네이션 시스템을 도입할까? 그건 또 알 수 없다.

인터넷 생방송이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이고, 도네이션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긴 하나, 병폐가 없는 건 아니다. 만약 본격적으로 아이돌들이 도네이션이 가능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면,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일어나는 병폐 상당수를 똑같이 겪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시점에도 유력한 부작용은 몇 가지 읊을 수 있다.

1. 개인방송 진행 시 도네이션 매출로 멤버 줄 세우기가 진행됨. 이 경우 소위 ‘올팬 기조’(모든 멤버들을 좋아한다는 기조)가 단박에 박살날 소지가 있음.

2. 아이돌이 다수의 팬들과 소통하지 않고 소위 ‘큰 손’ 위주로 신경 쓸 가능성.

3. 텍스트 내지 음성 도네이션을 통해 성희롱, 악플이 날아올 수 있음.

4. 남아나지 않을 아이돌들의 멘탈. 도네이션 없는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도 멘탈이 걱정될만한 상황이 많으니, 도네이션이 생겼을 때는 볼 것도 없다.

1번의 경우에는 100% 일어날 일이라 할 수 있고, 2-3-4번은 실제로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인터넷 방송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팬들이라면 도네이션 이야기 나오자마자 극렬 반대할 확률이 크다. 기획사와 아이돌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수익모델인 게 사실.



(글쓴이가 인기 아이돌이라면, 비대면 소통으로 돈 버는 ‘최후방어선’을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과 같은 유료 SNS모델 정도로 하고 싶을 듯하다. 인방 도네이션까진 가지 않고)

제일 좋은 건 코로나19 시국이 풀려서 정상적으로 대면 행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이상의 최선은 없다.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유료 콘서트 등이 기획사들의 새로운 주요 수익원으로 잘 정착하는 것이 차선.

공식적으로 도네이션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을 진행(특히 메이저급 아이돌이)한다는 건 사실상 최후의 카드라고 무방하다.

이번 글은 이 ‘최후의 카드’를 결국 만지게 됐을 때를 미리 예상해 쓴 글. 이 글이 기우가 될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저 이 글이 쓸데없는 기우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T1 유튜브 채널-빅히트-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 홈페이지-MBC
보도자료·기사제보 tvX@xportsnews.com
▶tvX는 No.1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엑스포츠뉴스의 영상·뉴미디어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