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반하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코드명 호모 사피엔스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7.22 오후 01:27



오마이걸이 올해 ‘논스탑’(타이틀곡 ‘살짝 설렜어’, 수록곡 ‘돌핀’)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나름대로 재조명되는 곡이 있다. 바로 오마이걸 반하나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오마이걸 반하나는 2018년 4월에 선보인 오마이걸의 첫 공식 유닛이다. 효정-비니-아린 세 사람으로 구성된 유닛인데, 나머지 멤버 네 명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정도의 조건이 붙어있던 게 특징인 유닛이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앨범명인 동시에 타이틀곡 이름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오마이걸 반하나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성과를 내지 못한 앨범이다.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딱히 할 이야기가 없는 앨범.

하지만 정량적인 숫자와 성과만 가지고 대중가요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으면 연예부 가요담당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필요치 않을 터. 이에 기자 입장에선 곡이 나왔을 때 즈음 한번 했었던 이야기를 또 다시 해보려고 한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앨범 인트로곡인 ‘Ukiuki Waikiki’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곡에 대한 wm 측의 설명부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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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칩튠 사운드로 시작하는 일렉 하우스장르의 곡으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바나나 알러지가 있어서 바나나를 먹지 못하는 원숭이가 바나나 우유를 알게 되면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가사가 듣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하더라’
‘하더라’라는 단어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의 속사정을 다른 원숭이의 시점으로 풀어낸 곡이다.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효과음과 트로피칼 하우스, 트랩요소가 혼합 된 스타일의 곡으로 미미, 유아, 승희, 지호의 엉뚱 발랄한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반한 게 아냐’
바나나우유에 이미 반해버린 자신을 부정하고 있는 반전의 가사가 돋보이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곡이다. 우쿨렐레로 시작하여 퍼커션으로 이어지는 리듬감과 락적인 사운드와 컨트리, 레게의 요소가 골고루 들어가 승희의 매력적인 보컬과 어우러져,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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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바나나를 못 먹는 알러지를 가진 원숭이가 바나나 우유라는 신문물을 접하고 행복해지는 이야기. 남들 다 먹는 바나나 하나 제대로 못 먹어서 자존감이 떨어진 원숭이가 핵심 화자다.

‘하더라’는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향한 일반 원숭이들의 시선이 담겨 있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좋게 보는 원숭이도 있는 반면에 고깝게 보는 원숭이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반한 게 아냐’는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아닌, 일반 원숭이(반하나3인이 아닌 승희 솔로곡이다)가 바나나우유를 접한 이후 감정이 담겨 있다.

일일이 풀어쓰자면 극장판 애니메이션 하나는 만들 수 있는 스토리인데, 이 앨범의 전체 스토리라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더라’를 ‘카더라’라고 읽으면 된다.

이 원숭이들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 지구 최강의 원숭이인 인간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1. 내 선택이 아닌 타고난 ‘다름’이 내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타인에 대한 열등감이 되고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요. 바나나 한입 먹지 못하는 원숭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한심하죠. 그런 눈으로 보지는 마요. 값싼 동정은 필요 없으니. 나 몰래 입을 가리고 웃는 거 다 아니까” in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2. 불행을 타고난 누군가의 불행을 틀어막고자 할 때 또 다른 불행이 생겨나기도 하고, 그게 또 타인의 가십거리가 되며
(“그 애 아빠는 집에 안 온 다더라. 우유를 구한다고 못 온다더라” in ‘하더라’)

3. 이해와 소통이 필요한 이슈조차도 편가르기의 소재가 되며
(“너 대체 누구랑 친구야 우리랑 친구인 거 아냐” in ‘하더라’)

4.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조차도 누군가에겐 미움의 대상이 된다.
(“재수 없긴 하더라 바나나만 골라내더라 날씬해서 얄밉긴 하더라” in ‘하더라’)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봤을 때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기승전결 중 기, ‘하더라’는 ‘승전’에 해당한다. 그리고 ‘반한게 아냐’가 ‘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다. ‘반한게 아냐’ 노래 자체는 귀엽게 나왔지만 바나나우유의 맛을 알아버린 일반 원숭이의 선택이 꼭 귀여운 선택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1. 바나나우유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와 제대로 된 이해와 소통을 할 수도 있고

2. 바나나우유의 매력에 빠졌다는 사실을 꽁꽁 숨기기 바쁜 또 다른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될 수도 있고

3.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이렇게 맛있는 바나나우유를 혼자 독점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단죄’를 할 수도 있다.

여러분이 ‘반한게 아냐’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는 주로 약자의 입장, 피해자의 입장에 감정이입하기는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누구라도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될 수 있고, 동시에 누구라도 ‘하더라’ 원숭이가 될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누군가의 타인이기에.

이 글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 ‘호감’을 가지라고 쓴 글은 아니다. 그저 노래와 앨범의 전체적인 맥락은 이렇다는 걸 소개하기 위해 쓴 글.

노래와 앨범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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