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gettable’, 러블리즈의 숙고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9.02 오후 01:00



러블리즈(Lovelyz)가 1년 4개월 만에 일곱 번째 미니앨범 ‘Unforgettable’로 컴백했다.
 
2014년 데뷔 이후 서정적인 댄스곡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짝사랑 전문 걸그룹’ 러블리즈가 기나긴 순애보의 마침표를 찍었다.
 
‘Unforgettable’의 타이틀곡인 ‘Obliviate’는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주문’을 뜻하며, 가시처럼 아픈 사랑을 지우고자 하는 애절한 마음을 노래했다. 화려한 관현악 사운드와 Deep house 베이스가 인상적인 곡으로 아르페지오 기법으로 표현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에 러블리즈스러움을 담았다.  특히 솔로 앨범에서 첫 자작곡 ‘자장가 (zz)’를 선보였던 류수정이 작사에 참여하며 기대를 모았다. 
 
‘Unforgettable’의 주된 키워드는 ‘기억’이다. ‘잊을 수 없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앨범명과 동명의 인트로 ‘Unforgettable’을 비롯하여,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주문 ‘Obliviate’, 헤어진 기억을 부정하며 차라리 상대방의 환영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꿈속에 머물고자 하는 심경을 담은 ‘자각몽’, 표현하지 못한 짝사랑의 기억을 혼자 간직하고자 하는 ‘절대, 비밀’, 이별한 상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피운 ‘이야기꽃’, 그리고 이 모든 슬픈 기억들을 다 지워줄 ‘걱정 인형’까지. 앨범 속 모든 노래들에 기억이라는 키워드가 녹아들어 있다.

타이틀곡을 포함한 수록곡들을 감상하면서 기자가 느낀 점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숙고’다.

[명사] 1. 곰곰 잘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2. 아주 자세히 참고함.
일단 새 앨범 자체가 오랜만에 나온 것이기도 하고, 결과물도 가볍게 여기기 힘든 점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

케이팝에 대한 사람들의 정의는 제 각각이지만, 기자의 기준에 러블리즈의 이번 신곡은 지금까지 러블리즈가 내놓은 그 어떤 작품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 케이팝스러운 작품이다.

케이팝스럽다는 게 무엇인가.

라고 하면 언급할 만한 요소는 몇 가지가 있다.

1)커버 욕구를 불러일으킬만한 난이도 있는 안무
2)색감부터 소품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쓴 미술.
3)소품, 연출, 연기, CG 등을 통해 분석의욕을 일으키는 뮤직비디오. 대체로는 이걸 스토리 분석, 세계관 분석이라고 부른다.
4)(걸그룹의 경우) 여심을 자극할 만한 카리스마 분출.
5)댄스곡에 최적화된 멜로디와 비트.

꼭 이런 요소들이 있어야 케이팝인 건 아니지만, 케이팝하면 떠오르는 작품 중에는 위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례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에 러블리즈가 그러한 사례를 하나 더 추가했다는 게 기자의 생각.



<소품, 미술에 제법 신경을 썼다는 걸 보여준 뮤비 속 한 장면>

질주하는 ‘Obliviate’의 멜로디 안에서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선보이며 춤추는 러블리즈 멤버들, 사연이 있어 보이는 러블리즈 멤버들의 연기와 그 사연에 신비성을 더하는 뮤비 제작팀의 연출, ‘기억’이라는 큰 주제로 모인 앨범 수록곡들. 당사자들부터 ‘짝사랑 전문 걸그룹’이라고 하는 러블리즈의 성격과는 완전히 다른 타이틀곡 가사.

2014년에 데뷔한 ‘청순 걸그룹’ 러블리즈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일관된 방향을 추구해왔던 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화라는 키워드는 아이돌에게 뗄 수 없는 단어. 누적 되어온 시간은 러블리즈가 땀흘려온 역사를 증명하기도 하나, 변화의 때가 가까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떻게, 어느 정도로 변화해서 설득력과 신선함을 둘 다 획득할 것인가.

이게 러블리즈 포함 많은 아이돌들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적게 변화하면 식상하다는 소리 듣기 쉽고, 너무 크게 변화하면 적응 안 된다는 소리 듣기 쉬우니까.

기자로서는 이번 러블리즈의 ‘Obliviate’가 두 가지 모두를 나름 충족시켰다고 보인다.

비주얼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러블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파격적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변화를 준 게 사실이나 이게 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

역대 러블리즈 대표곡들의 주요 화자를 살펴보면 속으로 삭히는 타입의 화자, 독백으로만 마음을 표현하는 타입의 화자들이 많았다. 3세대 걸그룹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화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팀.

타이틀곡 중에선 ‘안녕’, ‘아츄’, ‘데스트니’, 수록곡 중에선 ‘까메오’, ‘삼각형’, ‘써클’ 등이 이러한 러블리즈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내면의 흑염룡이 깨어난 게 아니라 그간 누적되어 왔던 현실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흑화다>

지금까지 쌓아온 ‘러블리즈 월드’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신곡에서 선보인 ‘흑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변화라고 할 만하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이별의 아픔을 알아서 상쾌함으로 승화시킨 ‘그날의 너’(A.K.A 민트초코송)가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기자에게 이번 ‘Obliviate’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법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변화의 방향과 정도, 멜로디와 비트, 멤버들의 파트 분배와 보컬 사용법, 안무 스타일, 소품과 상징의 사용법, 뮤비 색감 등등. 새 앨범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아웃풋이었던 것.

이번 컴백에서 러블리즈가 어떤 행보를 보여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러블리즈의 미니 7집 'UNFORGETTABLE'은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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