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의 성공은 대중가요의 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9.04 오전 10:37



“싹쓰리, 잘될만한 요소로 잘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글로 싹쓰리를 둘러싼 논란을 한 차례 다룬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이따금 싹쓰리의 성공과 대중가요의 위기를 엮어서 보는 시각에 대해 접하게 됐는데, 글 본 김에 한번 진짜 대중가요의 위기에 대해 좀 다뤄보려고 한다.

이미 예전 글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싹쓰리의 성공을 대중가요계의 위기라 여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위기 파트로 넘어가겠다.

Q. 왜 싹쓰리의 성공이 ‘대중가요의 위기’와 연결될 수 없는가.

1)싹쓰리의 성공은 다년간 커리어와 신용을 차근차근 잘 쌓아온 유재석과 김태호PD의 성공이다. 이 성공은 원앤온리이며,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 수 없다. MBC라는 거대방송사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성공이 아니고, 대중예술을 하는 아티스트(엔터테이너) 몇 명의 개인기로 만든 성공이다.

2)지금은 방송국이 컨텐츠를 들이민다고 대중에 무조건 보는 시대가 아니다. ‘놀면 뭐하니?’를 방송하는 MBC의 타방송 시청률, 최근 몇 년간 적자폭을 보시라.

3)‘놀면 뭐하니?’보다 더 파괴력 있었던 ‘무한도전’(무도가요제) 때도 같은 비판이 있었지만 그때도 ‘무한도전’ 때문에 대중음악계가 뭐 어떻게 되고 그러진 않았다.

이 글이 가지고 있는 태도와 시각을 뭔가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똑같은 대자본 히어로 팀업 무비도 누가 만들면 ‘어벤져스’가 되고 누가 만들면 ‘저스티스리그’가 된다.
운 좋게도 MBC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케빈 파이기가 있었던 것.

대략 이런 느낌이다.

싹쓰리의 성공이 왜 대중가요의 위기가 ‘아닌지는’ 이정도로 하고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중가요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글이 기니 요약부터 하자면

1. 업계 자체가 ‘직장’으로서 매력이 부족하다.
2. 이 때문에 非아티스트 인재 양성이 힘들다.
3. 하드 리스너의 평론 및 추천이 갖는 힘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4. 시장과 BM의 문제.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과 현실에 대한 대응력 부족.


이정도가 이 글에서 이야기할 대중음악계의 위기다.

1. ‘직장’으로서 매력의 위기.

아티스트 처우 문제도 아직 깔끔하게 해결이 되지 않은 곳이 현대의 대중음악업계. 그리고 그만큼 해결이 안 된 게 아티스트가 ‘아닌’ 직원의 처우 문제다.

연예계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지만 소비 대상으로서 매력이 있는 것과 직장으로 매력이 있는 건 완전히 별개 문제다.

기본적으로 많은 가요기획사들이 중소기업인데다 적지 않은 경우 ‘중소기업’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영세한 회사라는 점이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 주로 따라오는 것이 저인원, 저급여, 낮은 대우, 과노동.

이 중에 딱 하나, 급여 문제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보자.



<예술인, 스태프 할 것 없이 보수에 대한 만족도는 턱 없이 낮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보수+급여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처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사는 가요 파트만 따로 떼어서한 조사는 아니긴 하지만, 가수 분야의 비중이 높아서 충분히 의미있는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제작물스태프 월평균 개인소득은 평균 239.6만원이다. 근데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문장이 아주 철저하게 적용되는 곳이 대중예술분야라는 걸 감안하면 소수 높은 급여를 받는 사람이 엄청 큰돈을 받고, 대다수의 스태프들은 엄청 적은 돈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월평균 개인소득이 평균 180.2만원. 최저시급도 간당간당하다. 실제 근무시간을 감안하면 시급이 최저시급보다 낮을 거라는 게 정확한 데이터 해석일 것. 심지어 저게 ‘평균값’이니 현실은 숫자보다 더 잔혹하다고 봐야 한다. 잘 버는 가수는 한달에 몇억씩 버는데도 월 ‘평균’ 소득이 180만원인 것이니까.

올해는 심지어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포함) 여러 일거리가 막힌 상황이라 데이터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구석이 없다.

누가 어디서 몇 백억을 번다고 한들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게 없다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내 지갑을 제대로 잘 채워 줄 수 없는 업계라면 당연히 매력이 급감할 수밖에. 


2. 非아티스트 수급 문제의 위기.

1번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인데, 좋은 인재의 유입이 힘들고, 운 좋게 유입한다고 하더라도 오래 있을 유인이 약하다. 여기서 말하는 인재란 아티스트가 아닌 非아티스트(스태프)를 말한다.

노래가 잘되기 위해선 아티스트들(가수, 작사가, 작곡가 등등)의 힘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티스트가 ‘아닌’ 사람들의 힘도 중요하다. 기획파트도 중요하고 홍보파트도 중요하고 영업파트도 중요하고 매니지먼트파트도 중요하다. 대중은 가수가 잘되면 그 가수만 기억하기 마련이지만, 그 가수 뒤에는 여러 사람의 뒷받침이 존재한다.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뒷받침이 약한 아티스트는 자연스레 빛을 볼 확률이 적어진다.



<지난 8월 빅히트의 사업설명회. 이 발표회에서 빅히트는 아티스트=IP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다른 연예기획사에도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 너무나 필요하다>

많은 아이돌 팬들이 “가수는 좋은데 회사가..”, “회사 XX야 일 좀 해라”, “이 회사는 왜 이걸 안하지?”, “이 회사는 왜 저런 게 부족하지?”라며 성토하는 많은 부분들은 거의 대부분 이 문제와 연결된다.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쓰기 힘들다는 것. 운 좋게 괜찮은 인재를 들인다손 쳐도 오래 일하게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 현 대중가요계가 어려운 부분이다. 현실을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하고 싶다면 잡플래닛 한달 만이라도 결제해서 엔터테인먼트사 평가들을 쭈욱 보시라.


3. 얕디 얕은 평론과 추천의 힘

이따금 ‘가수가 좋은 노래 내면 알아서 리스너들이 들어줘야하는 것처럼’ 쓴 글들을 보게 되는데, 어떤 상품도 제대로 된 마켓팅 없이 잘되기 힘들다. 물론 마켓팅 이런 거 다 무시하고 잘되는 노래도 있긴 하지만 그건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

마켓팅이란 확정적으로 결과물을 내기 위해 하는 활동이 아니라 확률을 올리기 위해 하는 행위다. 확률을 높인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확률이 낮으면 대체로 실패한다. 그래서 좋은 미래를 확정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부족할지라도 마켓팅이라는 걸 한다.

현대의 대중가요(=음원) 시장은 마켓팅믹스 4P 중 프라이스(돈)과 플레이스(장소)의 의미가 거의 없는 시장이다. 대체로 정기 스트리밍권을 사서 노래를 듣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없고, 어느 장소에 있건 스마트폰만 있으면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장소가 크게 의미 없다.

프러덕트(제품)를 제외하면 의미 있는 요소가 딱 하나 프로모션. 그래서 이 프로모션의 중요성이 비정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높다.

프로모션도 결국 돈 써서 해야 하는 건데,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큰돈 지출해가면서 프로모션할 여력이 없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평론 같은 건데 우리 대중가요계는 이쪽의 힘이 너무나 약하다. 약하다는 것도 좀 고평가고 사실상 힘이 없다시피 하다.

‘놀면 뭐하니?’ 이전에 그렇게 비판받았던 ‘무도가요제’조차도 혁오를 메인스트림에 올려놓는 등의 업적을 남겼는데, ‘글’은 뭐 사실상 한 게 없다.



<혁오의 ‘위잉위잉’과 ‘와리가리’가 어떻게 2015년 가온 디지털 종합차트 연간 8위와 17위를 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61위에 있다>

올해만 해도 아이유는 오마이걸의 ‘돌핀’을 살렸고, 이효리는 블루의 ‘다운 타운 베이비’를 살렸는데 대중가요 글 쓰는 걸 업으로 삼는 분들은 뭐 하셨습니까?라고 하면 연예부 기자 포함해 입 뻥끗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는 글쟁이로서 영향력, 신용 같은 걸 의미 있는 수준으로 쌓은 사람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추천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했는가’만 놓고 보면 이 시대 최고의 대중음악 평론가는 방탄소년단과 아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노래 좀 열심히 듣는 사람들의 추천이 영향력이 전무하면 돈 써서 하는 프로모션의 가치가 당연히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부분이 앞으로도 잘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지금 대중음악계의 어려운 부분이다.


4. 시장과 BM의 문제.

애석하게도 국내 대중음악시장은 여기에 종사하는 모든 아티스트를 먹여 살릴 수 없다. 평론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가수들로 음원차트 TOP100을 전부 채운다고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보다 못 먹고 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아이돌도 다를 것이 없는 게 2009년과 같은 아이돌 전성기가 다시 찾아온다 한들, 시장이 세상에 나온 아이돌 전부를 품을 수는 없다.(2009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고)

상업주의 음악의 첨병인 아이돌 기획사들이 수년전부터 꾸준히 수출에 눈 돌린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다. 아티스트를 담아낼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더 크고, 벌 수 있는 돈도 더 많기 때문.



<빅히트가 여러 기획사들을 인수하는 이유, 새로운 아이돌들을 더 데뷔시킬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는 다른 거 없다. 빅히트의 눈이 해외에 있기 때문. 내수만 취할 거면 지금처럼 투자하고 데뷔시키고 할 필요가 없다>

아이돌 기획사 중에서도 아이돌을 수출 상품으로 만들 만한 역량이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 아이돌 기획사 중에서도 소수일 정도면 다른 유형의 기획사는 말할 것도 없다.



<월정액형 유료 SNS 모델인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

BM(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소수 몇 아이돌 기획사들이 재밌는 수익모델을 만들긴 했지만(유료 SNS 모델, 캐릭터화 사업 등등) 대다수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기획사의 수익모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거 없다. 물 들어올 때 행사 돌고, 콘서트 수요가 있으면 콘서트도 좀 하는 정도.

이런 상황에 갑자기 코로나19에 정통으로 맞아버리니 손도 발도 못 쓸 수밖에.

좋은 가수, 좋은 음악 이야기할 때 ‘지나친 상업성’을 경계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은 최대한 머리 쥐어짜내서 ‘진짜 괜찮은 상업적 모델’을 만들어도 될까 말까 살까 말까 한 판이다. 노래의 힘을 아무리 강조해도 BM이 박살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반 쯤 박살나서 휘청거리는 게 2020년 대중가요계의 현주소.

방탄소년단이 ‘다이나마이트’로 빌보드 핫백 1위에 오르고 블랙핑크가 ‘VMA’에서 ‘올여름 최고의 곡상’을 받는 시대. 하지만 한국 대중가요계라는 지반은 그렇게 단단하지 않다. 업계 특유의 화려함 때문에 이러 저러한 문제들이 가려져 있을 뿐.

(라디오스타가 아닌)비디오스타의 시대도, 아이돌의 시대도, 음악예능의 시대도 대중음악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약한 지반은 대중음악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빅히트-이담-가온차트-한국콘텐츠진흥원-MBC-오프더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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