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이 없는 자가 되려고 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9.23 오후 05:53



얼마 전 빅히트에 대한 재밌는 기사들이 났다.

핵심적인 이야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빅히트로 IT인력들이 대거 이직 중이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빅히트가 카카오와 네이버를 라이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IT 기반 콘텐츠업체로 소개했다는 것도 재밌는 점.

이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을 봤다. 그리고 이번 기사에서는 ‘빅히트의 행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기사의 주요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다.

1. 21세기 가요업계의 역사는 IT업계에 휘둘린 역사다.
2.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적인 IT기업이다.
3. 빅히트는 가요 기반 엔터업체로서 역으로 IT업계에 한방 먹이려고 하는 중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위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1. 21세기 가요업계의 역사는 IT에 이리저리 휘둘린 역사다.
21세기에 이르러 엔터(콕 찝어 가요)업계가 IT에 휘둘린 사례들을 간단히 한번 살펴보자.



<기존 가요산업의 질서를 뿌리부터 흔들어버린 서비스 냅스터>

태초에 냅스터가 있었고, 냅스터의 탄생으로 인해 음원 불법 다운로드의 시대가 왔다. 이후 멜론으로 대표되는 음원 스트리밍의 시대가 왔고, 덕분에 카세트테이프 시대, CD플레이어의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아재인 기자는 컴퓨터에 CD플레이어가 장착되지 않는 시대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故스티브잡스가 진두지휘한 아이팟→아이튠즈→아이폰 프로젝트들도 있었다. 이로 인해 세계인의 음악 소비 패턴은 이전 시대와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언젠가부터 유튜브라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2020년 현재 세계의 음악 시장, 연예 콘텐츠 시장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왔을 때 즈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서비스들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아티스트들이 팬,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서비스들은 인터넷 언론(특히 연예신문)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중이다.



<국내 한정으로는 어떤 SNS 서비스 이상으로 엔터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디시인사이드>

다소 농담 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국내 연예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 IT기업하면 디시인사이드도 빠질 수 없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엔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곳이니.

위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아주 짧게 언급했는데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터넷기업, IT기업 앞에 엔터업계는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업계 간의 상하관계는 존재한다. IT와 엔터업계는 사실상 마그마그열매와 이글이글열매급의 상하관계다.



2.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적인 IT기업이다.

네이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인터넷뉴스 유통 포털인 동시에, 네이버티비캐스트를 가지고 있는 동영상 포털이고,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 인터넷 방송 포털이다. 음원 사이트도 가지고 있으니 음원 유통채널이기도 하다.

더불어 최근 드라마, 영화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웹툰들을 유통하는 채널(네이버웹툰)이기도 하다. 연예인, 기획사, 콘텐츠 제작사 일자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YG에 투자했던 거로 유명한 네이버는 올해 SM에도 투자를 했고, 투자발표 소식 직후 SM은 JYP와 합작해 비욘드라이브 전문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엔터 3대장이라는 SM-JYP-YG가 직간접적으로 네이버의 영향권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을 가지고 있고, 뮤직비디오 유통채널인 원더케이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2위 포털인 다음도 가지고 있다. 네이버처럼 영화,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끼치는 채널(카카오페이지)도 가지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스타PD인 박진경PD, 모르모트 권해봄PD 등을 영입해 자체적으로 예능 제작에 나서고 있고, 드라마도 제작 중이다.

그리고 카카오M에는 유명 연예인이 속해 있는 기획사들이 계열사로서 다수 존재한다. 가요 쪽 위주로 살펴보면 아이유의 이담, 몬스타엑스-우주소녀-크래비티의 스타쉽, 더보이즈의 크래커, 에이핑크-빅톤-위클리의 플레이엠 등이 카카오M(=카카오)과 연결되어 있다.



국내 한정으로는 BTS급 인지도를 가진 아이돌그룹 ‘카카오프렌즈’도 보유 중.

참, 우리나라 대표 가요 시상식 중 하나인 ‘MMA’(멜론뮤직어워즈)도 카카오가 가지고 있다.




<라이언이 인기 캐릭터라는 점을 이용해 만든 카카오TV 예능 ‘내꿈은 라이언’의 주제가를 플레이엠의 신인걸그룹 위클리가 불렀다. 이 단순한 문장 하나로도 충분히 엔터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수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3대의 네이버, 아이유와 라이언의 카카오가 현재 케이팝 시장 양강 회사다.

네이버가 “너네 3대 있어?”라고 질문하고 카카오가 “너네 아이유랑 라이언 있어?”라고 질문할 때 입이라도 뻥끗 할 수 있는 엔터사가 있는가?

가요에선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빅히트는 “우린 방탄소년단 있는데?”라고 받아칠 수 있다.


3. 빅히트는 가요 기반 엔터업체로서 역으로 IT업계에 한방 먹이려고 하는 중이다.

빅히트가 경쟁업체로 카카오와 네이버를 지목한 건 일종의 ‘천하삼분지계’처럼 느껴진다. 엔터천하를 삼등분해서 그중 한 자리를 내가 가져가겠다는 것. ‘원피스’로 비유하면 칠무해가 아니라 사황이 되겠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해적왕 자리까지도 노릴 작정이고.

IT업체가 되지 못한 엔터업체는 IT업체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방탄소년단이라는 초대형 카드를 갖고 있는 빅히트라고 해도 그건 예외일 수 없다. 유튜브에 종속되고, 인스타그램에 종속되고, 카카오와 네이버에 종속된다.

사실 어지간한 엔터업체라면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법하지만, 빅히트의 생각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현재 빅히트는 여러 레이블을 인수도 하고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선 카카오와 비슷하고, 스타 중심의 SNS(위버스)를 만들었다는 점은 미투데이 서비스 시절 네이버와 비슷하다. SNS(카카오톡)에 커머스 기능을 붙인 점은 카카오와 비슷하고, 자체적인 온택트 공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은 네이버와 비슷하다.

덩치는 이 둘에 훨씬 못 미치는 대신, 아이돌 IP파워와 팬덤 화력이라는 측면에선 두 회사 이상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 팬덤 파워 1등과 2등인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을 함께 보유하고 있으니.


빅히트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아이돌 수명이 짧다고 하는 게 ‘팬덤 강한 남자아이돌’에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엑소, 샤이니 등을 히트시킨 SM엔터테인먼트가 여러 차례 증명한 바가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남돌의 IP 파워, 팬덤 파워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



<기적 같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빅히트이긴 하지만, 투자 대상으로서 리스크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 ‘그런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리스크가 있는 부분은 역시 군대 문제. 남돌 입대레이스가 시작하면 완전체가 다시 모이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팀원이 많은 아이돌일수록 더 그렇다. 현재 빅히트의 원투펀치, K-POP아이돌계의 랜디존슨과 커트실링인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관심은 후속 아이돌들이 ‘얼마나 터져 줄 것이냐’로 향하게 되는데 방탄소년단, 세븐틴처럼 성장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아무리 빅히트라고 해도 장담하긴 힘들다.

지금 K-POP 시장의 흐름, 그리고 빅히트가 발표한 내용들을 봤을 때 현재 빅히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디즈니, 애플, 카카오의 어느 사이쯤인 것 같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 강력한 IP 파워를 보유 중이며 IT업계로 진출도 추진 중인(디즈니플러스) 디즈니.

IT기업이지만 팬덤 화력과 충성도가 좋고 명품시장의 파이까지 일정부분 나눠먹고 있는 애플.

강력한 SNS의 힘을 바탕으로 타 분야들을 흡수하면서 더 크게 힘을 키우고 있는 중인 카카오.



<명품이야기 나오는게 좀 뜬금 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 K-POP아이돌들과 명품업체들의 콜라보 사례들을 보면 그렇게 뜬금 없는 예측은 아니다. 강력한 팬덤은 명품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은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 화보 속 방탄소년단>

빅히트가 IP기반의 콘텐츠 기업, SNS기반의 IT기업, 팬덤 강한 명품업체의 성격을 모두 약간씩 섞은 형태의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는 게 이 글의 요지. 잘만 되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기는 할 텐데, 그게 현실화가 가능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과연 빅히트의 큰 그림은 성공할 것인가.



<경제 유튜버계 1타 강사인 ‘슈카월드’의 슈카아재는 빅히트의 현 행보를 ‘월드 오브 위버스’(WOW)라고 표현했다>

빅히트는 과연 ‘섬기는 이 없는 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빅히트-유안타증권 박성호&이혜인 애널리스트 리포트-냅스터-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카카오TV ‘내 꿈은 라이언’ 영상 캡처-잡코리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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