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트롯어워즈’. 어설펐지만 이만한 시상식이 없다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10.02 오전 10:39



TV조선에서개최한 ‘2020 트롯 어워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자도 이번 방송을 본방사수했다.

본방사수 결과, 시상식 진행 과정 속에서 어설픈 점은 분명 존재했다.

일단, 트로트역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들을 모셔놓고 시상을 너무 간략하게 한 것이 좀 그랬다. 아마 시상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번 시간을 무대에 투자하려고 한 거 같은데, 레전드들이 그룹 지어 나와서 상 받게 한 것은 아무리 봐도 좋게 보기 힘들다.



<한 자리에 모으기도 힘든 레전드들이 단체로 나와서 상을 받는다니>

두 번째는 축하무대 중 카메라 연출. 방송국들이 리액션 장면 넣는 거 좋아하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본 무대 주인공이 열심히 무대하고 있는데 리액션 하는 사람을 너무 오래 카메라로 담고 있었다. 특정 몇몇 무대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다 그랬다.

물론, 리액션이 나와서 훈훈한 부분도 분명 있긴 했다.



<김수찬, 김희재, 이찬원 등이 송대관 무대 때 빙의에 가까운 리액션을 한 부분을 잡아준 건 칭찬할 만한 부분임에 분명하다>

리액션 장면 넣은 게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심한 게 문제였다는 것. 시상식에서 축하 무대 하는 가수를 ‘오디오 가수’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리액션하는 사람에게 카메라 안배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 싶었다. 무려 남진 무대 때도 그렇게 하던데, 다음번에도 또 시상식을 한다면 꼭 고쳐야 한다.

세 번째는 시상 설계. 시상 내역 보니 정말 중요한 몇 개 시상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냥 연말연시 축제 개념으로 만들었던 거 같은데, 그럴 생각이었다면 아예 좀 더 상을 잘 설계해서 골고루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땠나 싶다. 충분히 상을 받을 만한 가수들이 못 그림이 나온 것이 좀 아쉬웠다.

여기까지가 이번 시상식에서 대표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다.

그래서 이 시상식이 별로였느냐?

그렇게 질문한다면 ‘그렇지는 않았다’고 답하고 싶다.

위와 같이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트롯 레전드들이 이 시상식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트롯가수들은 ‘신났다’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정도로까지 철저한 ‘트롯가수’ 중심 시상식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짬’하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을 레전드들이 “와 이런 날이 오다니”하면서 감탄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송해 ‘선생님’이 시상자로 참석해 이번 시상식의 권위를 한껏 높여주었다>

TV조선이 좀 모자라게 군 부분이 있을지라도, 트롯가수 입장에서 보면 어쨌든 다른 방송국보다는 훨씬 낫다.

기자 개인적으론 어제 시상식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장윤정의 ‘트롯 100년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이었다.

트로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만든 한 공로를 인정해 상을 준 것인데, 이를 보면서 TV조선이 중요한 맥락은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장윤정에 대한 이런 리스펙은 솔직히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인 것이지>

기자는 아이돌 전문 기자를 자칭하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간 방송3사가 연말연시에 철저히 아이돌 중심의 가요축제를 열었던 점, 여러 대형 음악 시상식들이 철저히 아이돌 위주의 시상식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아이돌 위주로 가다보니 그해에 정말 의미 있는 행보를 펼친 아티스트들조차도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기 때문.

‘한대음’처럼 흥행과 상관없이 뛰어난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들에게 상을 주고자 하는 시상식들도 있긴 하나, 이런 시상식에서도 트로트는 사실상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어딜 둘러봐도 장윤정처럼 한국대중가요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리스펙’을 제대로 할 만한 시상식이 없었던 것이다.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현철 이 4대 트로트가수를 이을 만한 트롯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그런 시대에 장윤정이 홀연히 나타나 대중가요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장윤정 이후 세대 여자트로트가수 중 장윤정의 영향을 전혀 안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가수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이돌 내지 아이돌 연습생하다가 트롯가수로 전향한 여성가수들이 참고한 모델 중 장윤정이 없을 리 없고, ‘미스트롯’에 참가했던 여자가수 중 장윤정의 영향권 밖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가수 거의 없다.

장윤정이 ‘미스트롯’&‘미스터트롯’에서 선배 마스터들 잘 모시는 마스터, 방송에서 예능을 책임지는 마스터로 활약 중이긴 하나,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현 한국대중음악가요사에서 장윤정만한 ‘거인’이 별로 없다. 그 점을 인정해주고 상을 줬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번 ‘트롯 어워즈’는 권위를 차고 넘치게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트롯 어워즈’ 방송 하루 전에 KBS에서 ‘2020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방송했고, 이게 워낙 파급력이 커서 ‘트롯 어워즈’가 붕 뜨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는데, 역시 역사적인 레전드들이 함께 했던 시상식이라 그렇게 되진 않았다. 나훈아 콘서트도 매우 유니크했지만, 조항조-진성-남진-주현미-이미자 같은 레전드들이 서로의 수상을 축하하고. 축하무대도 꾸미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트롯 어워즈’도 충분히 유니크했다.




이런 그림을 TV조선에서 만들었다는 건 방송3사에서 정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KBS는 나훈아 덕 제대로 봤다고 좋아라만 할 때가 아니다. 이미자 ‘선생님’이 트롯100년을 기리는 시상식에서 후배 레전드들&‘미스터트롯’TOP6를 포함한 트롯 새싹들에게 조언해주는 그림, 앞으로의 100년을 부탁하는 그림을 TV조선한테 빼앗기는 게 말이 되나.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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