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s 인터뷰] '공작' 황정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면, 역할 중요하지 않아"

기사입력 2018.08.15 오후 02:3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황정민의 진가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8일 개봉한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황정민은 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

'공작'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먼저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황정민은 "칸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빨리 이 영화를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라고 떠올렸다.

'공작'의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 '헐!'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었을 만큼 놀라웠었다.

황정민은 "제가 1990년대를 살아오지 않은 게 아니잖아요. 20대 중후반 때였는데, 열심히 연극배우로 살고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사실들이 있었고, 이제서야 제가 그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죠. 흥미로웠기도 했고요. 저만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같이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 얘기 들어볼래?' 하는 그런 느낌으로요"라고 설명했다.

박석영일 때와 흑금성일 때, 두 가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이어갔다.

"1인2역으로서의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니, 만약 이것이 우리가 상상한 이야기였다면 1인2역이라고 해도 가면을 쓰거나 수염 같은 분장처럼 제가 덧붙일 수 있는 부분이 많겠지만 여기선 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 안에서 차이를 둔 것이 사투리를 쓰냐 안 쓰냐, 그 정도였거든요. 제가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었어요. 실제로는 사투리를 쓰신 게 아니었으니까요. 어떻게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줄까, 실화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첩보물 '공작'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많은 대사 속, 끝까지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137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있다.

황정민은 "어떻게 긴장감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죠. 저희가 '구강액션'이라고 말을 드렸었잖아요. 감독님이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이 대화를 할 때 대단히  다이내믹한 느낌으로, 긴장감 있는 액션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었거든요"라고 얘기했다.

"사실 그 말이 쉬운데 표현하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웃음) '이게 가능할까?'에 대한 의견, 이런 에너지를 가져가서 우리가 진짜 관객들에게 두 시간 내내 그런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요.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었죠."

'공작'에서는 박석영의 내레이션을 통해 박석영의 심리는 물론, 여러 상황들에 대한 정보가 전해지기도 한다. 내레이션 역시 마지막까지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였다.

황정민은 "(내레이션 녹음을) 제법 많이 했어요. 영화의 기본적 색깔이 있는 것이니까, 감정을 넣어서 하는 부분도 있고 빼야 했던 부분도 있고 그랬거든요. 지난달까지도 녹음을 다시 했었으니까, 꽤 공을 들인 것이죠"라고 전했다.

'공작'을 위해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박채서 씨를 만나기도 했다. 황정민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정말 선생님 얼굴을 뵙고 싶었거든요. 얼굴을 보면 '어떤 사람이다'라는 것이 감이 오잖아요. 눈을 보고 싶었고, 그렇게 눈을 보는데 뭔가 읽을 수 없는. 벽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사람을 봤는데 사람의 느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요. 그래서 첩보원을 하셨나보다 싶었어요. '나도 어떻게 하면 저런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저렇게 뭔가를 읽을 수 없는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여러 얘기를 많이 들었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 후 20년이 훌쩍 넘는 경력은 물론,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해 온 그이지만 '공작'은 그만큼 연기자로서의 초심을 다시 떠올리게 해줬을 만큼 힘들었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성취감도 분명히 있었다. 황정민은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이)성민이 형이나 (주)지훈이, (조)진웅이 같은 동료들에게 받은 도움도 분명히 있는 것이고요. 좋은 에너지들을 받으니까 저도 모르게 좋은 연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거든요"라고 얘기했다.

"연기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좋은 사람, 연기 잘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정말 좋고 행복해요. 저도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고요.(웃음)"



황정민 특유의 유쾌함도 '공작'에 대한 관심을 당부할 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공작'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말에 "매력이 진짜 많아서 큰일났네"라고 너스레를 떤 황정민은  "액션이 없지만 화려한 액션을 보는 느낌이고, 피가 낭자한 액션신이 없어도 그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죠. 그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고요"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 "또 하나는, 최근 남북관계가 많이 달라지면서 이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관객 분들도 많이 달라진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좀 더 편안하게 영화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황정민이 나와서?"라고 웃으며 "이렇게 말하면 저 안 좋은 소리 듣겠죠?"라고 껄껄껄 소리 내 웃었다.

황정민이 이렇게 이야기를 전하는 데는 '공작'으로 스크린에 복귀하기까지, 지난 해 여름 '군함도'에 이어 올해 2월 공연했던 연극 '리차드 3세'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던 과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황정민은 "'군함도'를 끝내고 쉬면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저를 바라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황정민 또 나오냐' 이런 말들? 처음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서운하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대중에게 그런 얘기를 듣는 배우가 한국 영화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많이 없잖아요. 제가 그 중 한 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기분 좋은 것이죠. '내가 이 자리까지 왔단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어요"라며 웃어보였다.

앞으로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언제든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황정민의 설명이다. 최근 김혜수와 함께 출연을 확정한 윤제균 감독의 SF영화 '귀환' 출연 결정 역시 이런 생각의 바탕에서 이뤄졌다.

"'귀환'도 한국에서 SF를 찍는다는 것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관심이 갔던 것이거든요. 연기 변신이라고 한다면, 변신한다고 해도 얼굴만 빨개지니까 안 되지 않겠어요?(웃음)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작'에서 이 얘기를 저만 알고 있으면 안 된다고 느껴서 선택했던 것처럼 알려주고 싶은 얘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참여하고 싶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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