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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 임하룡, 40년의 꾸준함 "순간에 집착 말고, 넓게 보는 시선 갖길"

기사입력 2018.01.02 12:00 / 기사수정 2018.01.02 14:1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원한 젊은 오빠, 원조 만능엔터테이너…'

현재의 임하룡(본명 임한용)을 수식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1978년 라디오로 데뷔한 이후 1981년 KBS '즐거운 토요일'로 TV 데뷔까지 이어가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영화와 드라마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웰컴 투 동막골', '이웃사람', '일리 있는 사랑', '욱씨남정기'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베테랑 중견 배우로도 입지를 굳혔다.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숨겨둔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고, 지난 10월 방송된 JTBC '전체관람가'에서는 봉만대 감독의 단편영화 '양양'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영원한 젊은 오빠'로 대중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며 40년간 꾸준한 발걸음을 이어왔다. 지난 12월 20일에는 데뷔 40년을 맞아 가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싱글 앨범 '나는야 젊은 오빠'를 발표하기도 했다.

40년간 대한민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베테랑으로 활약해 온 임하룡에게 지나간 2017년과, 다가온 2018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은 연기부터 예능 프로그램 출연, 음원 발표까지 많은 것을 한 한 해 같다.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제가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지만 또 한 번 한다고 하면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영화를 촬영했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 싱글 앨범을 발표할 때도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하게 됐죠."

-싱글 '나는야 젊은 오빠'에는 작사에도 참여했다. 신난다는 반응이 많더라.

"중학교 2학년 때였을까요. 어릴 때부터 공부 안 하고 쇼 구경을 다니곤 했었거든요. 트위스트김, 체리보이, 쟈니리의 쇼 등을 봐왔었고 어린 마음에 외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나 톰 존스 같은 사람들도 좋아했었고요. 영화배우, 쇼 쪽에 참 관심이 많았죠.  예전의 제 추억이, '내 사랑 맘보'라고 맘보바지의 추억에 대한 노래를 낸 적은 있거든요. 또 1993년에는 '추억의 책가방'이라고, 팝송을 개사했던 번안 가요를 낸 적이 있고요. '복면가왕'과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했지만, 제가 워낙 음치에 박치라서.(웃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래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도전하게 됐어요."

-'복면가왕'과 '불후의 명곡' 출연도 인상 깊었다. 후배들 역시 극찬했었고 말이다.

"후배들이 좋게 얘기해줘서 그런 것이죠.(웃음) 잘하는 후배들이나 선배님들은 정말 많거든요. 후배들이 잘하고 대견스러워요. 선배로서도 위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고요. 코미디계를 보면 사실 송해 선생님 이후에 많은 분들이 활동을 못하셔서 안타까운데, 그래서 선배로서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코미디언, 배우, 그리고 가수까지 임하룡이라는 이름 앞에는 어떻게 호칭을 붙여야 되는 것인가.(웃음)

"한동안은 영화를 많이 했지만, 또 저를 '영화배우라고 불러다오' 이것은 사실 아닌 것 같고요. 보통 경조사에 화환 같은 것을 보낼 때는 개그맨 임하룡이라고 써요. 사실 저는 코미디언이든, 배우든 같이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코미디언의 뜻이 희극배우잖아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 보이나 봐요."

-2005년에는 '웰컴 투 동막골'로 코미디언 최초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었다. 지금까지 수상했던 내용만 봐도 1986년 한국백상예술대상 코미디대상, 2010년 MBC 방송연예대상 시트콤부문 특별상까지 코미디, 드라마, 영화를 모두 넘나든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렇지는 않아요. 다들 한 길을 열심히 하시니까. 물론 상을 받은 것은 좋지만, 저는 운이 좋아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임하룡 하면 가장 먼저 코미디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한국 코미디를 두 가지로 봐요. 콩트 코미디의 원조는 악극을 하셨던 분들, 송해 선생님이나 구봉서 선생님의 경우요. 악극을 하다가 TV가 없던 시절에는 영화에서 구봉서, 서영춘, 뚱뚱이와 홀쭉(양석천, 양훈) 이런 분들이 영화에서 활동했거든요. 그러다 TV가 생기면서 콩트 코미디도 등장하게 된 것이죠. 또 한 분야는 만담이라는 게 있어요. 장소팔, 고춘자 두 분이 서로 서서 했던 그것이 스탠딩 코미디의 원조가 아닌가 싶죠. 연기로 하는 코미디와 토크 코미디, 두 가지의 뿌리는 그런 만담이나 악극에서부터 출발해서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요즘에는 '개그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같은 공개 코미디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공개 코미디의 설 자리가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냐면, 예전에는 사회가 단조로웠어요. 그런데 요즘엔 영화, 코미디, 가요, 스포츠 이렇게만 꼽아봐도 정말 분야가 너무나 다양해진 것이죠. 코미디만 봐도 마찬가지예요.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 버라이어티쇼로도 가고 MC도 보면서, 관심도가 분산이 된 것이에요. 넓어지면서, 다양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미디 선배로 바라봤을 때 현재의 흐름에 대해 아쉽거나, 또 안타까운 점은 없는지.

"코미디의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각 방송사에 하나씩은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웃찾사'가 폐지됐을 때도 아쉬웠고요. 그렇게 각 방송국에 하나 정도는, 명맥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예전에는 한 방송사에 3~4개씩 토크, 콩트, 비공개·공개 프로그램 등이 있었는데 버라이어티, 시트콤 같은 것이 생기면서 분야가 많아졌어요."

-그렇게 흐름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사람들의 웃음이, 예전엔 콩트처럼 구성을 짜서 하는 코미디가 웃음을 유발했다면 요즘엔 그보다 자연스러운 웃음들을 선호하는 것 같고요. 자연 발생적인 웃음이 폭발력이 더 크기 때문에, 그래서 점점 더 짜여진 코미디는 힘들게 되죠. 하지만 다양한 쪽으로 다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지 없어진 건 아니니까요. 그 가운데에서도 세세하게 자기 색깔들을 내면서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중간 콩트를 하곤 하잖아요.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아는 형님' 이런 프로그램들에서 콩트를 하는데, 여기에 코미디가 녹아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마찬가지로 코미디 프로그램인거죠. 콩트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다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미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면.

"지금은 스타 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잖아요. 예전에는 학교에서 한 두 명이 굉장히 웃기다고 하면 코미디언 하라 그러고, 그런 상황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웃기는 친구들도 많고 악기를 잘 하는 친구들도 많고, 시대가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래도 계속 끈을 잡고 해야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어떤 시선으로 보면, 요즘에는 곱게 자라서 그런지 쉽게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인생은 길잖아요. 너무 순간에 집착하지 말고, 넓게 보고 계속 끈을 잡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제 경우만 봐도 예전에는 인기가 있든 없든, 20년을 한 주도 쉬지 않고 프로그램을 서너 개씩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쉬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을 잡고 기다리고 노력하려고 하죠. 그게 아니라면, 빨리 다른 것을 찾는 것도 방법일 테고요. 뭘 하든 간에,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계속 끈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하룡에게도 슬럼프라는 것이 있었나.

"슬럼프라기보다도, 이 나이에 올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하면 될까요. 사실 대중이 보기에는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계속 저를 보게 되니까, '계속 하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만 봐도 코미디 프로그램 같은 것이 없어지다 보니, 사실 주류에서는 많이 밀려난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음반을 내게 된 것도, 제 나이 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어르신과 중·장년층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시작하게 된 것이죠."

-코미디와 드라마, 영화를 모두 넘나들면서 느껴왔던 점도 많을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은 2000년부터 했으니 벌써 17년 정도가 됐네요. 저는 연기를 한다는 면에서는 이것들이 모두 똑같다고 보거든요. 저는 꿈을 이룬 것이죠. 영화나 드라마에 코미디언이 출연한다고 해서 다른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영화에도 웃기는 사람이 있고요. 예를 들면 제가 송강호 같은 배우들 훌륭한 희극 배우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웃긴 역을 할 때는 웃기고, 슬픈 역을 할 때는 슬프잖아요. 코미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항상 웃기지만은 않잖아요. 코미디 안에 슬픈 내용이 있으면 울릴 수도 있는 것이고요. 분야가 다른 것이지, 연기 자체는 같다는 생각이에요."

-코미디를 하면서도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나.

"공개 방송을 할 때는 '내가 뭘 웃길 것인가', 리액션 연기에 대한 부족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를 할 때는 상대방과의 리액션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쪽에서 모자란 게 사실 많았죠. 연극을 하면서 그런 것을 많이 깨우쳤었어요. '나 혼자 잘나서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호흡이 중요하구나' 느꼈죠. '코미디는 나 혼자 웃기면 된다', 조금 그렇게 얄팍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상대방과의 조합이 잘 이뤄져야 훌륭하고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모두 같은 것이라고 보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서로 시스템이 다르다고 느꼈던 경험도 있는지.

"드라마를 할 때 많이 어렵더라고요. 예전에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영화를 할 때는 29번까지 테이크를 간 적이 있어요. 영화는 약간 미흡한 부분은 한 번 더 찍어보겠다. 그런 게 있는데, 드라마는 바쁘고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사실 '다시 한 번 해보겠다'고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배우가 더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하고요. 빈 구석이 많이 보이고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부단히 노력하려고 하죠. 여러 가지 계산할 부분들이 많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이 직업은 자신이 했던 일들이 필모그래피로 쭉 남는 일 아닌가. 그런 면에서는 뿌듯함도 클 것 같다.

"그러니까 더 잘해야 해요.(웃음) 잘못해서 주책이 되면 안 되니까 잘해야 하는 것이에요. 중심을 잡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죠. 너무 과하다 싶으면 물러서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너무 임팩트가 없는 사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이번에 음반을 내기까지도 너무 오버스럽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많이 신경 썼어요. 저는 욕심이라기보다는 나쁘게 표현하면 온갖 것을 다 하고, 좋게 표현하면 다양한 것을 많이 한 것인데, 음반을 냈던 것도 다양하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고요.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제 친구들은 난리가 났습니다.(웃음)"

-40년간 활동해 오며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또 힘든 것이 왔을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아무래도 연예인들은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힘든 시간이 와도, 마음을 다잡고 비워야죠. '아, 이게 나를 조금 쉬라고 하는 그 시기인 것이구나. 재충전을 하라는 시기구나' 이렇게 생각해야지 '왜 자꾸 이렇지' 이렇게 생각하면 좀 그렇잖아요. 부정적으로 파고들면 좋지 않죠. 고민하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쉽게 못 헤어 나오고 상처가 커지니까요."

-임하룡만의 인생의 모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제가 공부를 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도 아버지께서 '자중자애(自重自愛·말이나 행동, 몸가짐을 삼가 신중하게 함)'라는 말을 해주시곤 하셨어요. 제가 사실 어떤 것을 하는 데 있어서 확 덤비지 못하는 게, 그 말을 담고 있어서 모험을 즐기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큰 모험은 안 해요.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래서 이렇게 지금까지 가늘고 길게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잘 나간다고 하지만, 저는 또 저 나름대로 힘들었을 때가 있거든요. 저 역시도 몇 번은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제가 이 일을 너무나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끈을 못 놓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죠."

-임하룡이라는 사람을 수식할 때,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억지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직접 제가 만든 말이 '젊은 오빠'라는 말이거든요.(웃음) 어차피 나이 먹어 가는 것, 젊게 살자는 생각이에요. '젊은 오빠'라는 말처럼 젊게 사는 이미지도 좋은 것 같고요. 아, 그리고 제가 경조사를 제일 많이 다니는 사람으로 불릴 때가 있던데 사실 그건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더 많이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또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사실은 많이 다니지 않는데도 웬만하면 다녀오려고 하죠. 하지만 여건이 안 맞을 때 못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또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경조사를 많이 가는 사람 이 쪽보다는, '젊은 오빠'가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죠.(웃음)"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고 새해를 맞았다. 2018년을 맞을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건강 역시 마찬가지고요. 어르신들 역시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최대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웰스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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