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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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일본 야구기업 스토리

기사입력 2012.06.21 11:10 / 기사수정 2012.06.21 11:10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2012일본프로야구(NPB)가 교류전을 마치며 다시 피튀기는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한다. 올스타전, 한일 레전드 매치 등을 앞둔 NPB는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센트럴리그는 나고야 주니치 드래곤즈, 퍼시픽리그는 지바 롯데 마린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전히 투고타저의 ‘재미없는’ 시즌이 진행 중인 NPB지만 야구의 나라답게 인기는 여전하다. 국내 팬에겐 이대호의 활약으로 꾸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프로야구 10구단 창단과 관련해 연고지와 모기업의 수준을 언급하는 사례가 있다. 그간 프로야구 발전의 참고자료로 NPB가 조명 받아 왔다. NPB는 어떤 기업들이 참여할까. 또 이들의 연고지는 얼마나 시장성을 갖췄는지 살펴보자.

- 어떤 기업이 야구단 운영하나

2011년 경제지 포브스는 세계 2,000대 기업을 선정했다. 이중 일본 기업은 258개다. 258개 기업 중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업체는 4곳이다. 소프트뱅크(일본 13위), 오릭스(43위), 라쿠텐(122위), 한큐 한신(133위)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니치를 운영하는 요미우리 그룹과 주니치 신문은 비상장사라 집계에 포함되진 않았다. 하지만 자본력을 견줘볼 때 이들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 경제 특성상 단순 기업 지표로만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일본은 전국 비즈니스 기업인지, 지역 기반인지로 나눌 수 있다. NPB는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기업 뿐만 아니라 지역기반 회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도 야구단을 운영 중이다.

* 전국기업
요미우리 그룹, 언론사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프트뱅크, IT통신-투자 (소프트뱅크 호크스)
야쿠르트, 식품 (야쿠르트 스왈로즈)
오릭스, 금융 (오릭스 버팔로스)
롯데, 식품 (롯데 마린스)
라쿠텐, 인터넷 쇼핑 (라쿠텐 골든이글스)
니혼햄, 식품 (니혼햄 파이터즈)
DeNa, 모바일게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 지역기업
세이부, 숙박-철도 (세이부 라이온스)
한큐한신, 백화점-철도 (한신 타이거즈)
히로시마, 기금조성 (히로시마 도요카프)
주니치 신문, 언론 (주니치 드래곤즈)

풍족한 야구단 운영을 하는 곳은 소프트뱅크, 요미우리, 한큐한신, 오릭스 정도로 분류된다. 이들은 언론, IT, 철도, 금융업으로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3대 통신사다. 요미우리는 영향력이 큰 신문과 방송국을 가지고 있다. 한큐한신은 일본 제2도시 오사카 시민의 이동수단이다. 오릭스는 부동산, 금융서비스 중으로 해외진출도 했다.

부족하지 않은 운영 기업은 주니치, 롯데, 니혼햄, 세이부, 야쿠르트를 꼽을 수 있다. 주니치는 나고야와 관서지방 지역신문이다. 롯데, 니혼햄, 야쿠르트는 식품판매 중이다. 세이부는 사이타마와 도쿄인근 호텔과 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힘겨운 경영을 하는 구단은 히로시마, DeNa, 라쿠텐이다. 히로시마는 일부 기업의 투자와 시민 후원금으로 경영된다. 히로시마는 부족한 재정으로 FA선수를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다. DeNa는 모바일 게임시장의 선두주자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일본 게임 시장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도 DeNa의 성장을 더디게 한다. 라쿠텐은 인터넷쇼핑,경매 업체다. 라쿠텐은 IT기업이라는 이유로 프로야구 진입에 큰 견제를 받았다. 지난 2004년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무형 산업에 보수적인 일본 재벌들의 반대를 받은 바 있다.

NPB 12개 구단 중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았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법한 회사들이 많다. 야쿠르트의 스즈키 타다시 사장은 “야구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야쿠르트를 만드는 회사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야구단 운영으로 기업 인지도가 상승했음을 내비쳤다.

일본의 유명 수필가 오쿠다 히데오는 자신의 저서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를 통해 “일본야구는 다양한 기업이 있다.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자신의 가치를 상승하기 위해선 진입을 막을 필요가 없다”며 지난 2000년대 중반 라쿠텐과 소프트뱅크의 프로야구 진출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 일본 대기업은 왜 야구를 안하는가

NPB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의외로’ 대기업보단 중견, 지방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대기업들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일본 대기업들은 주로 축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 면면은 아래와 같다.

*일본 기업 순위에 따른 스포츠 지원
1위 도요다 자동차,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 FC도쿄
2위 미츠비시 그룹, J리그 우라와레즈 다이아몬드
3위 일본통신텔레콤(NTT),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
5위 스미모토 상사, 여자축구 스미모토
6위 닛산자동차, J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
18위 파나소닉, J리그 감바 오사카
38위 후지쯔,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언급된 기업 외 포브스 선정 258개 기업 중 22개 기업이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금이 많아야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통념을 깨고 이들은 축구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대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본야구의 보수성을 말하고 있다. 일본의 칼럼리스트 히구치 요시오는 ‘일본 프로야구 개조계획’이라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 대기업은 이전부터 야구단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전 박대 당했다”라며 대기업의 뜸한 야구진출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야구단에 필요한 자금과 창단의지가 있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수출이나 잘해라’였다”라며 창단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대기업들은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한 가공무역 업체들이다. 이들이 과연 야구단 운영을 제대로 할지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NPB의 보수적인 잣대는 후회를 불러왔다. 2004년 오릭스와 킨테츠의 합병, 다이에의 부도가 터졌을 때 NPB가 찾은 것은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스포츠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대기업들은 1992년 창설된 축구 J리그의 제안을 받아 축구단을 창단했다. 당시 J리그 측의 제안은 기존 기업들이 보유한 동호회, 실업축구팀을 프로화하자는 것이었다. J리그가 가이드가 된 대기업은 지금까지 축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NPB는 프로야구 위기가 왔을 때 대기업의 참가를 유도하지 못했다. 때마침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던 제3산업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라쿠텐이 진입해 마지못해 승낙했다.

한편, 축구단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스포츠마케팅 초점을 축구에 맞추고 있다. 도요타는 FIFA 클럽월드컵을 후원한다. 후지쯔, 파나소닉 등은 해외축구 후원으로 야구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의 사이는 불편한 관계로 끝났다. 협력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태국 홍수등으로 일본 대기업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추가로 중국, 한국 기업의 성장으로 일본 대기업의 사정은 좋지 못하다. NPB 역시 구단 재무지표 분석으로 흔들리는 팀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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