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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는 정말 '무패' 다나카를 밀어줬을까

기사입력 2013.12.27 02:46 / 기사수정 2013.12.27 02:46

신원철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괴담이다. 다나카 마사히로의 올 시즌 무패 행진이 '영웅 만들기'의 산물이라는 괴담이 아직까지 횡횡하다.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열렸다. 구단 측은 25일 다나카의 포스팅 허용을 발표했다. 이 소식은 미국 내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그만큼 주목받는 선수라는 증거다.

올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8경기를 완투하며 24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2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4, 탈삼진 183개. 다나카의 2013시즌 성적표다. 반짝 기록이 아니다. 2007년 데뷔 후 8년 동안 통산 175경기에서 53차례 완투하며 99승(35패) 평균자책점 2.30, WHIP 1.10을 기록했다. 3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1.27-1.87-1.27), 그 사이 WHIP 1.00 이하도 두 차례 기록했다(2011년 0.87, 2013년 0.94).

그런데 일본 현지에서도 불거지지 않은 논란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바로 '밀어주기' 의혹이다. 영웅 만들기를 위해 일본 야구계가 담합해 다나카의 무패 기록을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다. 포털사이트에 '다나카'를 쳐보자. 연관검색어로 '밀어주기'가 올라와있다. '다수설'은 아니지만, 의심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다나카 밀어주기 의혹의 진원지는 지난 10월 8일 라쿠텐-오릭스전이다. 다나카의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기록은 27경기 23승 무패 1세이브. 다나카는 이날 1회와 2회 각각 1실점, 오릭스 선발 니시 유키는 1회 1점을 내줬지만 2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2회가 끝났을 때 상황은 오릭스의 2-1 리드였다.

어쩌면 다나카의 무패 행진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니시는 불과 2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를 알레산드로 마에스트리에게 넘겼다. 라쿠텐 타선은 3회 대거 6득점을 쓸어 담으며 7-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결국 7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한 다나카가 시즌 24승 무패를 달성하게 됐다. 구원 등판한 마에스트리는 3회 9명의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는 동안 피안타 3개, 4사구 4개(볼넷 3, 몸에 맞는 볼1)로 6실점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릭스가 '고의패배'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잘 던지던' 선발을 일찌감치 내리고 패전조를 올려 다나카의 승리를 도왔다는 식이다. 4번타자 이대호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 니시에 이어 등판한 마에스트리가 10월 8일 전까지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한 선수였다는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니시는 이날 경기 중 발목에 통증을 느껴 더 이상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 '닛칸스포츠'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니시가 사고로 인해 강판"이라며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을 때 오른쪽 발목에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3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연습 투구 없이 그대로 벤치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니시가 '잘 던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1회말 선두타자 모리야마 마코토와 후속타자 후지타 카즈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3번타자 긴지에게 좌익수 방면 희생 플라이로 실점했다. 4번타자 앤드루 존스에게는 볼넷을 내줬지만 다행히 5번타자 케이시 맥게히를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벗어났다.

이대호 등 주전 선수들의 이탈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릭스는 클라이막스 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었다. 마에스트리의 등판도 마찬가지.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에 길게 던져줄 선수가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 마에스트리는 9월 29일 니혼햄전에서도 구원등판해 3⅔이닝을 소화했다. 또한 올 시즌 13차례 구원 등판에서 4차례 2이닝 이상 소화했다. 시즌 초반에는 주로 선발로 나선 만큼 롱릴리프 역할에 적합했다. 결국 다나카 밀어주기에 대한 어떤 정황도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다나카 밀어주기 논란'의 본질은 그 사실 여부보다 '반일 감정'에 있다고 봐야한다.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선수를 신격화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근거 없는 낭설로 그의 기록을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다저스의 다나카 영입 가능성과 맞물려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 류현진의 발언은 의미가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1일 입국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저스가 다나카를 영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그런 말은 많이 들었다. 그 선수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나 다른 대회에 많이 나왔고, 일본 최고의 선수다. (지금 시점에서) 제가 밀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같은 팀에 오게 되어도 선발 등판 순서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팀 동료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야구장 안에서는, '일본인'이 아니라 '야구 선수'일 뿐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다나카 마사히로 ⓒ 엑스포츠뉴스 DB,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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