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포지션만 7개, 조한민 "힘들지 않아요, 기회니까"

기사입력 2021.07.22 오전 11:00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종아리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한 조한민은 5월 말에야 시즌을 시작했다. 5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8번타자, 그리고 수비 위치는 좌익수였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인 조한민의 프로 첫 외야수 출전. 조한민에게도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납득 과정은 있었다.

"1군 올라오기 며칠 전 2군 경기가 끝났는데 코치님께서 외야 펑고를 받자, 영상을 찍을 거니까 준비를 하자고 하셨다. 여쭤보니 수베로 감독님이 내 가능성을 보려고 하신다고 했다. 보면 외야수로 쓸 수 있겠나 없겠나 판단이 되니까, 그 모습을 보려고 하셨던 거 같다."

수베로 감독은 그 영상으로 조한민의 가능성을 확인한 듯싶었다. 조한민은 외야 훈련을 두 번 남짓 받고 1군 콜업이 돼 시즌 첫 경기를 좌익수로 치렀다. 초등학생 때 중견수를 했던 이후 처음 밟은 외야가, 잠실이었다. 조한민은 "다행히 타구가 안 왔는데, 엄청 긴장했었다"며 웃었다.

이날 좌익수를 시작으로 조한민은 다음날 1루 수비를 봤고, 3루와 우익수,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에 2루수, 우익수 중견수까지 30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무려 일곱 가지 포지션을 소화했다. 투수와 포수 빼고 그라운드 곳곳의 잔디를 밟았다.

라인업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디에 설지 자신도 몰랐다. 라인업이 나오면 그날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면서 경기를 준비했다. 그래도 조한민은 "그냥 감사하다 생각하고 즐겁게 했다. 힘들진 않다"고 얘기한다. 



"수베로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내야수는 (하)주석이 형, (정)은원이 형, (노)시환이 이렇게 자리 잡고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내야와 외야를 같이 하면 활용 폭이 넓어질 거라고. 나도 좋다고 말했다. 경기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

수베로 감독은 조한민에 대해 "원래 주 포지션은 내야지만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이다 보니 외야에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다. 훈련에도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고,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 평가처럼 조한민은 이제 막 외야수가 된 선수답지 않은 호수비도 여러 차례 보여줬는데, 그는 "내가 봐도 어떻게 잡았지, 나도 모르게 초능력이 나왔나 싶었다"고 웃었다.

애초에 자리는 상관없었다. 조한민은 "항상 시즌 목표가 '부상 당하지 말자'가 첫 번째였는데 부상을 당했다. 감독님도 바뀌시면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하기도 했었다"며 "처음 올라왔을 때, 그냥 죽어라 했던 것 같다. 기회니까. 2군 내려가더라도 후회 없이 하자,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첫 홈런도 나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시즌에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올해 조한민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상황에서도 즐겁게 야구 하는 법을 찾았다. 그는 "올해는 부담감이 없다.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자신 있게, 패기 있게 하고 있다. 감독님도 그런 걸 원하신다"고 말했다. 

어떤 자리에 누군가 이미 버티고 있다면, 영리한 팀과 선수라면 다음 자리나 다른 자리를 준비한다. 조한민은 그 어떤 자리도 자신이 될 수 있는 확률을 높여가는 중이다. 타격 재능은 이미 인정받은 선수다. "공격, 수비, 주루,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누구나 쓸 수 없는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