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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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 도우미의 추억…"형 생각 많이 나겠죠?"

기사입력 2022.01.21 20:00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형 생각 많이 나겠죠?"

지난 2019년 6월 28일 잠실 롯데전. 선발 등판한 유희관(36)은 6회 초 1점 차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이때 2사 1루 상황에는 직전 5경기에서 타율 0.316으로 감이 좋은 전준우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빠질 듯한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빠졌더라면 1루 주자가 홈까지 쇄도할 수 있을 정도의 타구. 그런데 빠르게 휘며 뻗던 타구를 중견수 정수빈이 몸을 날려 잡아냈다.

두산은 탄탄한 수비로 유희관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줬다. 유희관도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과 100승은 나 혼자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며 "동료들이 없었다면 은퇴 기자회견도, 이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야구 인생을 마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중 정수빈에게는 유독 감사 인사를 전한 날이 많았다. 2019년 시즌 4승째를 따낸 그날에도 "수빈아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았다. 둘과 함께 두산의 전성기를 함께 이끈 박건우(NC), 허경민은 2009년 입단 동기인데, 유희관이 등판한 날이면 특급 도우미를 자처하는 날이 유독 많았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연락이 닿은 정수빈은 20일 마운드와 작별을 고한 유희관과 추억을 되새겼다. 그는 "희관이 형 생각이 많이 나겠죠?"라며 "형과 나는 입단 동기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두산에서 쭉 함께해 왔다. 은퇴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거다. 형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꼭 말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희관이 형 하면 '느림의 미학'이지 않나.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희관이 형이 이뤄 온 건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다.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형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한다. 그런데 형은 성격이 너무 좋아서 사실 크게 걱정 안 한다. 어디서든 잘 살 거다"라며 웃었다.

유희관은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 자리를 빌려 동료들에게 "그동안 미안했다"며 "잔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많이 모질었다. 은퇴를 하겠다고 하니 다들 연락해 줬다. 함께했던 (김)현수와 (양)의지, (이)원석이에게도 연락이 왔다"며 "그동안 '동료들을 왜 잘 챙겨 주지 못했을까', '따뜻한 말을 좀 더 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내가 잔소리를 많이 해서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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