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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의 연승 행진이 '8'에서 끊겼다. 비록 연승은 끊겼지만, 한 점 차 패배의 아쉬움보다 8연승의 여운이 더 길다. 이 8연승의 기억은, 또 다른 8연승을 만들어 낼 힘을 가지고 있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18년 만의 8연승을 달성, 2일 9연승에 도전했으나 1-2 석패를 당하며 9연승에까지는 실패했다. 선발 펠릭스 페냐가 6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으며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상대 선발 원태인을 포함한 삼성의 마운드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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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연승이 마감되고, 4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최원호 감독은 "스코어상으로는 아쉬운데, 사실 내용상으로는 크게 아쉬움을 가질 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운이 안 따른, 그것도 막판에 안 따른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단 한 점 차였고, 최근 흐름이 좋았던 만큼 끝까지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주자가 한 명이라도 나가면 분위기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러나 9회초, 오승환을 상대한 선두 채은성의 타구는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고, 문현빈의 잘 맞은 타구는 중견수 김현준의 호수비에 잡히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정은원의 타구는 1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경기 종료.
최원호 감독은 "이태양, 박상원까지 잘 막았다. 되려면 채은성의 타구가 넘어가든지 빠지든지, 문현빈 타구라도 빠지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다 잡히는 걸 보니까 운이 좀 안 따라주는 것 같았다. 그 전까지는 이렇다 할 게 없었다. 원태인에게 묶인 경기였고, 필승조 공도 제대로 공략을 못했다"며 "아쉽지만 지저분한 경기는 아니었다. 깔끔하게 진 경기였다"고 말했다.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승리를 준비하면 된다. 한화의 새 목표는 다시 연승을 이어가는 것. 최원호 감독은 선수단에게 전한 메시지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연승이 끊기고) 선수단 미팅은 하지 않았고, 그날 경기가 끝난 후 스태프 미팅만 했다. 8연승 수고했고, 잘 쉬고 화요일부터 다시 준비 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미팅을 많이 하면 별로 안 좋다. 내가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 3연패 했을 때 딱 두 번 했다"며 "선수들은 잘하고 있으니 미팅할 만한 게 없다. 잘하고 있을 때 자꾸 얘기하면 좋은 말도 잔소리가 된다. 선수들은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 웃었다.
분명한 건 이번 8연승으로 선수단 전체에 큰 자신감이 들어찼다는 것. 최원호 감독은 "8연승 중 두 번째 경기가 1-0 경기인데, 그 경기를 잡으면서 조금 더 상승세를 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동안은 그런 경기들이 막판에 동점이 돼서 연장 가서 비기든지, 뒤집어지든지 그랬는데, 그걸 한 번 막아내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또 잘 되는 팀과 안 되는 팀의 차이는 투타 밸런스다. 하위권 팀들은 대부분 맞지 않고, 상위권 팀들은 그 반대다. 투타 밸런스가 잘 맞는 그런 흐름을 얼마나 잘 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것들을 잘 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투타 조화가 이뤄진 8연승 기간, 한화만큼 무서운 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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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감독은 "3연패 했을 때 미팅이 그런 내용이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다 알고, 잘하는 것도 다 아는데 결과가 패배가 되니까 혹여나 선수들이 '해도 안 되나 보다' 이렇게 생각할까봐 미팅을 했던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못 치고 싶어서 못 치는 타자 없고, 실책하고 싶어서 실책하는 야수 없다. 어떤 투수가 나가서 박살 나고 싶겠나. 다 잘하려고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것뿐이다. 선수들은 결과에 신경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까 과정에만 충실하게 하라고 했다"고 얘기했다.
최 감독은 "운영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과에 너무 집착해 운영을 하다 보면 악수를 두기 마련이다. 그래서 순리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선수들은 그냥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스태프들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 한 발 물러나야 할 때 같이 포인트를 잘 잡아내고 냉정하게 판단해서 운영한다면 투타 밸런스를 계속 잘 맞춰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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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