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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AG 피겨 최초 金…차준환 "자신감 잃고 힘들었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하얼빈 인터뷰]

기사입력 2025.02.14 06:46 / 기사수정 2025.02.14 06:46



(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차준환(고려대)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됐다.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여 더 값졌다.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남자부에 앞서 펼쳐진 여자 싱글서 김채연(수리고)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이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동메달리스트인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를 제쳤다. 

한국 피겨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 2개 이상을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녀 동반 우승 역시 사상 최초다.

1999년 강원 대회서 양태화-이천군이 아이스댄스 동메달, 2011년 알마티 대회서 곽민정이 여자 싱글 동메달, 2017년 삿포로 대회서 최다빈이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냈다. 은퇴한 '피겨 여왕' 김연아는 아시안게임에 나선 적 없다.

올해 하얼빈서 차준환과 김채연이 금메달 2개를 석권하며 한국 피겨의 위상을 드높였다. 두 선수 모두 생애 첫 아시안게임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차준환은 지난 11일 쇼트프로그램서 기술점수(TES) 50.58점, 예술점수(PCS) 43.51점으로 총점 94.09점을 만들었다. 전체 16명 중 2위였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가 103.81점으로 1위에 올랐다. 차준환과는 9.72점 차이였다.

13일 프리스케이팅서 차준환이 대역전극을 썼다. 기술점수 99.02점, 예술점수 88.58점으로 총점 187.60점을 빚었다. 발목 부상으로 기권한 김현겸(한광고)을 제외하고 프리에 나선 15명 중 1위였다. 반면 가기야마는 한 차례 착지가 흔들리고 두 차례 넘어지는 등 부진했다. 기술점수 85.87점, 예술점수 85.08점, 감점 2점으로 총점 168.95점(3위)에 머물렀다.

최종 총점서 차준환은 281.69점을 자랑했다. 가기야마는 272.76점에 그쳤다. 차준환이 금메달, 가기야마가 은메달을 품었다.

경기 후 만난 차준환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 경기에 정말 만족했다. 진짜 후회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잘 마무리해 기쁘다"며 "올 시즌 (발목) 부상이 있었는데 후반기 접어들면서 회복에 많이 신경 썼다. 연이어 대회에 출전하며 계속 좋은 흐름을 가져가는 듯해 다행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들에서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은 처음이지만 더 큰 올림픽 무대는 이미 경험해 본 적 있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섰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겪으면서도 늘 한두 가지씩 실수가 있었다. 많은 배움을 얻었다"며 "이번에 정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 경기에 온전히 집중했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의 연기를 보기보다는 오로지, 끝까지 내게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다.




차준환은 "물론 나도 완벽하지 않았고 경기 도중 위험한 순간들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에 플랜 B 등으로 잘 대처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야마와 경쟁하기 위해 무리하게 프로그램 난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차준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난도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차준환은 "결과론이긴 하지만 내가 연습했던 것을 잘 수행하는 게 노력의 산물이라 봤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그간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면 그만큼 위험도 클 것이라 생각했다"며 "사실 나도 더 높은 구성의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부상에서 보다 회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되면 도전적인 구성을 선보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즌 내내 부상이 걸림돌이었다. 2023년 10월 오른쪽 발목 신경 조직을 다쳤던 차준환은 올 시즌에도 발목으로 인해 고생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오른쪽 발목 통증이 심해져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포기했다. 이후 회복에 전념했고 다시 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간 흘린 땀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닿았다.

차준환은 "부상이 심해 경기에서의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경기를 치르면서 그냥 부딪혔다"며 "후반기 일정이 너무 빠듯해 조금의 부침은 있었지만 그래도 현재 경기 운영 능력을 보면 어느 정도 잘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실 부상 부위가 계속 스케이트에 닿는다. 굉장히 까다로운 부위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어떻게든 더 악화하지 않는 선에서 회복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그만큼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차준환은 "코치 선생님을 비롯해 주위의 많은 분들이 정말 열심히 도와주셨다. 포기하지 않게끔 이끌어 주셨다. 그래서 나도 계속 뛸 수 있었다"며 "올 시즌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구성들로 프로그램을 새로 창작하면서 큰 동기부여를 얻었다. 부상은 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잘 싸워서 이겨내 보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그와 별개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개인 세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려 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통해 항상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낀다. 내가 피겨스케이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며 "도전하는 것 자체가 설레는, 기대되는 여정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으로 향하는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베이징 올림픽 이후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뤄나가고 있는 듯하다. 느리지만, 그리 빠르진 않지만 나만의 속도로 잘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번 시즌 잘 마무리하고 내년 올림픽도 잘 준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 동반 금메달에 관해서도 물었다. 차준환은 "여자 싱글 경기가 먼저 열려 나도 (김채연의 연기를) 봤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우승해 정말 기뻤다"며 "함께 좋은 성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내게도 더없이 기쁜 일이다. 굉장히 의미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하얼빈, 최원영 기자 /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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