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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리오 글로벌 담당자가 말하는 헬로키티의 의미 ①

기사입력 2018.06.20 18:52 / 기사수정 2018.06.21 12:42

백종모 기자


캐릭터 사업으로 60년을 지낸 기업은 흔치 않다.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의 캐릭터 전문 기업 산리오(Sanrio)는 오는 2020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변화해 나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사랑받는 캐릭터를 키워온 산리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산리오의 니시바타 마사후미 팀장은 19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CKL 스테이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2018 창창한 콘페스타’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이날 강연 전 마사후미 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대학생 시절 수업을 빼먹고 디즈니랜드를 갈 정도로, 테마파크 마니아였던 마사후미 팀장은, 졸업할 무렵 산리오가 ‘퓨로랜드’라는 테마파크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바로 입사를 결정했다. ‘퓨로랜드’를 오픈하고 감동의 기분을 맛본 그는, 이후 산리오가 규슈에 옥외형 테마파크 ‘하모니랜드’를 만들고, 싱가폴·중국·영국 등 해외 각국에 테마파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산리오 일본 본사에서 해외사업본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공계 출신인 마사후미 팀장은 크리에이터와의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콘텐츠의 접목 등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산리오는 헬로키티만을 고수하지 않고, 늘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한다. 게으른 계란이라는 콘셉트의 ‘구테타마’, 먼 하늘 구름 위에서 태어난 하얀 강아지 ‘시나모롤’, 과도한 업무와 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렛서 팬더 경리 직원 ‘어그레시브 레츠코’ 등 끊임없는 인기 캐릭터가 쏟아진다. 1986년부터 산리오 캐릭터들을 후보로 두고 전 세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기투표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헬로키티가 1위를 차지한 횟수가 적다는 것. 32번의 투표 중 14번밖에 1위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부터는 4년 연속 1위를 놓쳤고, 지난해 투표에서는 4위에 그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세대교체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회사 캐릭터 간의 경쟁 구도부터, 산리오가 60년 가까이 캐릭터 사업 비즈니스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 뉴미디어 시대에 대한 대비까지 마사후미 팀장을 통해 산리오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캐릭터 전문기업으로 60년 가까이 회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요인은?

우선 훌륭한 디자이너를 고용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 점포를 가지고 캐릭터를 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프라인 점포들의 매출이 하락하면서, 점포들이 사라지는 곳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시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연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무대를 어떻게 우리가 전개할 수 있을 것인가가 앞으로 대단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 속도감이 굉장히 빨라지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런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라이선스 비즈니스 사업 좋은 파트너들과 잘 연계해 나가는 것이 성공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에이브릴 라빈이 2014년에 ‘헬로키티’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한 것이 이채롭다. 헬로키티가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비즈니스를 열심히 해왔다. 특히 해외에 일찍이 진출했다는 것이 뒷받침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점포를 갖고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연예인과 함께 프로모션을 예전부터 시행해왔다. 그것이 미국에서 히트하면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본다.

 

-매년 실시하는 산리오 캐릭터 인기투표에서는, 헬로키티가 1위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산리오 캐릭터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인기 캐릭터 투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고, 지난해 1위는 ‘시나모롤’이었다. 본질에서 좀 떨어진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수익을 내는 것은 헬로키티다. 역설적인지 모르겠으나 산리오 안에서 많은 캐릭터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헬로키티가 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 생각한다. 키티 친구들 중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 같은 캐릭터들이 있다. 이 친구들이 같이 공존해서 시간을 거쳐 오면서 어린이들이 선물을 사러 갔는데, “나는 키티가 좋아”, “나는 마이멜로디를 살래”, “나는 리틀트윈스타를 살래”,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그것을 유지해온 것이 헬로키티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산리오의 캐릭터 수는 어느 정도 인가?

실제 산리오가 개발한 캐릭터는 500종류가 넘는다.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를 정도다. 점포에는 한 번에 10~20개 정도의 캐릭터를 진열하는데, 진열된 캐릭터 또한 계속 바꾸고 있다. 이런 것들을 의식해서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내놓고 과거의 캐릭터를 리뉴얼 해 내놓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헬로키티는 ‘키덜트(어린이용 물건에 어른이 관심을 갖는 현상)‘ 이미지도 강하다. 키덜트 팬과 어린이 팬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국가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이 7 키덜트 3 정도로 본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용 마케팅이 있을수도 키덜트적 마케팅도 있을 수 있다. 국가에 따라 출산률 등 상황이 조금씩 다른 면은 있다. 개인적인 의견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10~15년 동안 일본에서 키덜트 시장에 주력하는 면이 있었다. 그 결과 실제로 키덜트 시장이 성장한 결실도 있었다. 다만, 본업은 어린이용 캐릭터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린이 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에 헬로키티를 알리는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과거에 키덜트 시장에 주력했기 때문에 지금은 어린이 시장에 주력하려 하고 있다. 즉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헬로키티를 알리고 팬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려는 것이 산리오 본사 마케팅의 주된 내용이다. 일본 시장에선 키티가 어린이부터 어른 나아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이를 만큼 팬층이 넓다. 우리 할머니가 어렸을 때도 갖고 놀았던 키티를 손자 손녀도 갖고 논다는, 그런 순환적이고 광범위한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로 가져가고 싶은 바람이다.​

-헬로키티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첫째는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역사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 둘째는 입이 없는 캐릭터, 즉 자기주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만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만화 캐릭터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TV에서 방영될 때는 인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다가 방영 종료 뒤에는 인기가 수그러드는 경향이 있다. TV가 아닌 점포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하는 우리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애니메이션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높아져 우리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키티는 별도로 치더라도 새로운 캐릭터의 경우 애니메이션 산업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 상태다. 그런 관점에서 ’구데타마‘ 등 일부 캐릭터는 애니메이션화도 진행하고 있다. ’어그레시브 레츠코‘ 같은 경우 애니메이션을 넷플릭스에서 독점적으로 방영할 정도로 인기 캐릭터가 됐다. 

-언급하신 ’넷플릭스‘를 비롯해, 영상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지상파 TV만 보고 흡수할 수 있는 시대였으나, 최근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으로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즉 장벽이 낮아진 상태다. 그만큼 라이벌이 많은 시대가 됐다. 때문에, 우리도 더욱 다양한 영상 플랫폼 분야에 진출하려 한다. 점포 위주로 해왔던 기존 프로모션 중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② '세계 1위 유튜버, 퓨디파이도 사랑한 헬로키티'에서 계속…)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 기사제공=스마트경제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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