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중국 쑨룽과 한국 장성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베이징, 최원영 기자)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중국 대표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렸다. 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준결승 1조엔 한국 장성우(화성시청)가 포함돼 있었고, 중국 선수는 없었다. 장성우는 최하위로 출발한 뒤 2바퀴를 남겨두고 인코스로 4위에 자리 잡았다. 이후 계속해서 인코스를 파고들어 2위에 안착했다. 선수 세 명이 선두권에 몰린 가운데 밀려나지 않고 버텼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비디오 리뷰 결과 장성우는 페널티를 받았다. 마지막 바퀴서 인코스를 공략할 때 스테인 데스멋(벨기에)이 밀려났는데 이 과정에서 반칙을 저질렀다는 판정이었다. 장성우는 실격당했고,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데스멋은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에 진출했다.
심판이 장성우의 페널티 소식을 발표하는 순간, 중국 관중들이 일제히 박수치며 환호했다. 보통 홈 관중들이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자국 선수가 출전하지도 않은 경기에서 다른 국가 선수가 실격당한 것을 보며 기뻐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 관중들은 한마음으로 장성우의 탈락에 미소 지었다.

중국 쑨룽(오른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상대 선수를 붙잡으며 넘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쑨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넘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준결승 2조에선 한국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과 김건우(스포츠토토), 중국 쑨룽 등이 경쟁했다.
경기 후반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1위, 쑨룽이 2위로 달렸다. 마지막 바퀴에서 박지원은 쑨룽을 제치기 위해 인코스로 비집고 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쑨룽이 밀려났다. 결국 쑨룽은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종료 후 중국 관중들의 고함이 계속 이어졌다. 비디오 리뷰를 하며 해당 장면이 다시 전광판에 송출될 때마다 관중들은 소리를 질렀다. 이어 박지원의 페널티 및 쑨룽의 어드밴스를 통한 결승 진출 발표가 나왔다. 어느 때보다 큰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전광판에 공식 기록과 결과가 발표되자 관중들은 한 번 더 환호했다. 김건우 역시 3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장내 아나운서가 "쑨룽!"을 선창했고, 관중들은 "짜요(힘내라)!"를 외쳤다. 몇 차례나 쑨룽과 짜요를 연호한 뒤 잠잠해졌다.
쑨룽은 지난달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쇼트트랙이 한국에 참패한 뒤 "한국 더럽다, 더러워"를 외쳐 화제가 된 중국 대표팀의 새 에이스다.

중국 류 샤오앙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왼쪽부터 중국, 캐나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계주 시상식에 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중국 대표팀은 안방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남자 1500m에서 헝가리 출신 귀화선수인 류 샤오앙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뿐이었다. 남자 500m와 1000m에선 쑨룽이 각각 5위에 그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 500m에선 왕신란이 4위에 머물렀고 1000m와 1500m에선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선 은메달을 챙겼다.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이번 세계선수권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성남시청)의 금메달과 김길리(성남시청)의 동메달을 선보였다. 남자계주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끝마쳤다.

중국 류 샤오앙(오른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진=EPA, AFP, AP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