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주말 리그 경기가 열렸지만 이강인의 급추락 입지만 재확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강인이 현 소속팀인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과 계약이 3년 남은 상태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을 감행할지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강인은 PSG 내에서의 입지가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들었다. PSG가 계속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이강인이 출전시간을 다시 확보하기 쉽지 않다.
PSG는 마케팅 가치 등을 들어 이강인을 계속 보유하려고 하겠지만 그의 나이가 24살로, 한창 그라운드를 뛰며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점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침 그의 에이전트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을 만나고 돌아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그 중엔 지난 1월 이강인 새 행선지 후보로 시선을 모았던 박지성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있어 한국 팬들의 화제를 모을 만하다.
물론 해당 에이전트의 고객이 이강인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강인 에이전트는 지난 2023년 여름에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을 만나고 왔으나 이강인은 스페인 마요르카를 떠나 PSG와 5년 계약을 했다.
스페인 유력지 '렐레보'는 16일(한국시간) "몇 시간 전 끝난 스페인 출신 에이전트 여행에 대해 말하겠다"며 "그는 이강인(PSG), 아브데 에잘줄리(레알 베티스), 하비 게라(발렌시아), 이냐키 페냐(바르셀로나), 헤수스 포르테아(레알 마드리드)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선수들은 각자 다른 계약 상황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에이전트 하비에르 가리도는 이번 주에 영국에 가서 많은 경기를 지켜봤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애스턴 빌라, 에버턴 등 여러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만났다는 사실은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최근 PSG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 국가대표 우스망 뎀벨레가 올 가을 발롱도르 후보로 꼽힐 만큼 엄청난 골 폭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1월 중순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선수 출신 나폴리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이적료 7000만 유로(약 1060억원)에 PSG로 이적, 같은 포지션의 이강인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2024-2025시즌 40경기를 뛰어 6골 7도움을 기록하고 있으나 활약상의 대부분이 전반기에 일어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번 시즌 리그1 26경기에 나섰으나 교체투입이 11차례에 달한다.
특히 최근 2월19일부터 3월6일까지 열렸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와 리그1 2경기에선 전부 벤치 대기하다가 3경기는 교체로 들어가 15~30분 뛰었고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혔던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 경기에선 아예 결장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이후 리그1 선발로 다시 한 차례 나섰으나 팀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공격포인트 없이 후반 교체아웃됐다.
그리고는 17일 열린 올랭피크 마르세유와의 라이벌전에서 다시 후반 35분 교체투입, 추가시간 합쳐 15분 정도 뛰고 나왔다. 완벽한 후보로 전락한 것이다.
PSG를 지휘하는 스페인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전반기 이강인을 측면과 2선 공격수는 물론 제로톱 시스템의 이른바 '가짜 9번'으로 쓰며 최전방에도 둘 만큼 아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자신과 불화설에 휩싸여 챔피언스리그 명단 제외 수모까지 당했던 뎀벨레와의 갈등을 풀고, 흐비차가 오면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싹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이강인은 주포지션이 자신의 왼발을 잘 쓸 수 있는 '반댓발(오른쪽) 윙어'지만 그 자리를 흐비차에게 빼앗기면서 2선 미드필더로만 쓰는 상황을 맞았다.
2선에서도 이강인이 설 공간이 비좁은 편이다. 비티냐와 워렌 자이르-에메리, 파비안 루이스 등 3명이 4-3-3 포메이션의 중원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빠지면 주앙 네베스, 데지레 두에 등이 받치는 상황이다.
뎀벨레의 부활, 흐비차의 이적 직격탄을 이강인이 제대로 맞은 셈이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 15위에 그쳤던 PSG가 16강 1~2차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겨 리그페이즈 1위 리버풀을 쓰러트리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면서 2차전 연장전에 들어가 20분 뛰고 나온 이강인이 당분간 선발 자리를 되찾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강인이 선발 라인업에서 점점 빠질수록 PSG가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강인은 엄밀히 말하면 PSG에서 원래 베스트11은 아니었으나 12~13번째 선수 정도는 됐다. 그러면서 꾸준히 출전시간을 부여받았으나 지금은 그 위치에서도 밀려나 경기당 평균 45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얻는 게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이강인의 실력에 의심을 품고 폄하하던 프랑스 언론 중 일부는 이미 이강인의 올여름 퇴출이 확정됐다는 보도까지 내놨다.
이 와중에 그의 에이전트가 프리미어리그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이강인의 올여름 이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하게 됐다.
이강인은 2023년 7월 PSG와 5년 계약을 맺었다. 아직 3년이 남은 셈이어서 PSG가 이적의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맞다.
PSG가 임대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강인은 내년 6월 북중미 월드컵을 출전하기 위해선 올 여름엔 PSG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든, 다른 구단으로 가든 주전급으로 뛸 수 있어야 한다.
이강인은 이미 지난 1월 겨울이적시장 때 프리미어리그 구단 이적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번에 모레토가 거론한 맨유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토트넘 홋스퍼, 뉴캐슬 유나이티드, 노팅엄 포레스트 등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혹은 다음 시즌 UEFA 클럽대항전 진출이 유력한 구단들이다.
특히 맨유와의 연결이 관심을 모은다. 이강인의 경우 활동량이 과거 맨유에서 다부진 활동량으로 각광 받았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왼발 킥 등 기술을 이강인이 대선배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맨유는 재정건전화 기치를 내걸어 이적료 투자 대비 아웃풋이 빼어난 선수들을 찾고 있다. 축구는 물론 마케팅 효과도 탁월한 이강인은 맨유가 찾는 새로운 선수일 수 있다.
다만 이강인 영입을 위해 500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쓸 수 있는가는 '돈 없는' 맨유의 고민거리일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이 맨유에 가게 되면 후벵 아모림 감독 특유의 3-4-2-1 포메이션과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원톱 뒤에 서는 더블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세계적인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데스와 함께 맡는다면 좋은 콤비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진=PSG / 이강인 SNS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